‘광우병 오명’벗고 미국산 쇠고기 웃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변화
-4ㆍ5월 수입시장 점유율 50%에 육박
-호주 가뭄 여파 가격인상도 한몫 톡톡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청탁금지법과 경기불황으로 인해 수입 쇠고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광우병 오명’으로 기를 펴지 못했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호주산은 수입량이 오히려 줄었다. 이는 호주의 가뭄과 미국의 홍보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총 6만30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8610t)보다 7.5%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8만891t)보다 0.2% 감소한 8만713t이었다.


올해 누적 수입량은 호주산이 미국산을 앞서지만, 수입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산 수입량은 미국산과 달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5월 전체 쇠고기 수입량은 17만176t을 기록, 미국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가량 늘었다.

월별 수입량을 보면 수입 쇠고기 시장의 판도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미국산은 1월 2만t가량이던 수입량이 2월 1만2천746t으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반등,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 5월 두 달간은 월별 수입량이 호주산을 앞질렀고,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수입시장 점유율도 5월 한달 기준으로 미국산이 49.3%로 50%에 육박했지만 호주산은 42.5%에 그쳤다. 올해 1월 호주산 점유율은 52%, 미국산은 41.2%로 정반대였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스테이크 등 서양식 쇠고기 요리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01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이 확인되면서 수입이 전면 금지됐으나, 2008년 ‘30개월 미만’의 수입 재개가 허용됐다.

수입 재개 협상 과정에서 ‘졸속’ 등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최근 들어 미국 측의 적극적인 홍보와 소비자 인식 변화로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을 위협하며 이전의 위치를 회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한 달간 관세 납부를 마친 ‘통관’ 기준으로 미국산 수입량이 13년 만에 호주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의 경우 2015년 가뭄 여파로 사육 마릿수가 줄고 가격까지 오르면서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다시 미국산에 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는 한우처럼 마블링이 많아 기름진 편이어서 호주산보다 한국인 입맛에 더 맞다”며 “한우 대체재로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 큰 변수가 없는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광우병 사태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