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약퇴치의 날③] 말뿐인 치료보호…“범죄자로 격리, 환자란 인식없어”

-마약사범은 급증…치료는 투약사범 중 고작 3.5%
-“처벌위주에서 치료·재활위주로 정책전환 필요”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마약류 사범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치료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중독자는 엄격한 처벌의 대상으로만 여길뿐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마약류 사범은 1만 1916명에 달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마약을 투약한 투약사범이 6353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치료 제도는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전체 투약사범 중 치료보호나 치료감호를 받은 사람은 총 223명으로 3.5%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2011년 81명, 2012년 23명, 2014년 65명, 2014년 73명이었다가 지난 2015년 191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부터 치료보호사업을 기존의 입원 치료에서 외래 치료까지 확대 시행한 결과다. 하지만 검찰이 치료를 의뢰한 경우는 2015년 기준 17명(8%)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감호 인원은 지난 2015년 총 32명으로,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27명이 전부였다.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부족한 지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국적으로 22개의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병원이 지정돼 있지만 예산은 연간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의 치료보호기관은 강남을지병원과 국립부곡병원 두 곳 뿐이다. 이렇듯 미흡한 치료 시스템은 높은 재범률로 이어진다. 지난 2015년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7.6%에 달했다. 범죄자로 인식하던 격리위주의 형사처벌 정책에서, 치료해야 할 환자로 인식하는 치료재활보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사장 이경희)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진환) 등의 공동 주최로 지난 23일 열린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조성남 강남을지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 치료는 법적 체제 내에서 뒷받침 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초기에 법에 의한 강제치료가 필요하며 민간 치료 체계와의 연계를 통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법과 의료 체계의 교류를 통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재활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미국은 이른바 ‘약물법원(Drug Court)’ 을 전국 2748개 운영하며 매해 10만 명 이상의 인원을 치료하고 있다. 약물법원은 검거 당시부터 중독이 심한 정도를 판정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감 대신 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명령을 내린다. 감독을 통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자는 다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일본도 치료조건부 보석허가 제도 등을 마련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마약류에 대한 공급 차단이 수요 차단보다 우선시되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과 예산 확대 및 지역사회에서의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보호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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