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야생 개의 시대”…테러리즘 새국면 진입

-전에 비해 덜 조직적인 소규모 테러 증가
-실제 위험, 공포는 더 커져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이번 달에만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지에서 4건 이상의 테러 공격이 발생하자 테러 공포가 유럽인들의 일상을 점령했다. 그러나 테러의 방식은 불과 1~2년 전과 달리 덜 조직화되고 덜 정교해졌다며 “테러리즘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WSJ은 최근 일련의 테러들이 과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대규모, 조직적 공격 형태와 비교해 소규모의 막무가내식 공격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전에 비해 덜 조직화되고 덜 정교한 무기로 공격이 수행되는 것도 최근 테러의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테러범들이 보다 대담한 형태의 주요 도심 공격을 타깃으로 하고 예측 불가능한 게릴라식 테러를 감행하면서 위험에 노출된 이들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 중앙역에서 자살폭탄테러로 보이는 폭발이 발생한 직후 무장군인들이 현장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테러리스트들은 이제 정교한 무기 없이도 맨손으로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

유럽의 보안당국 관계자는 WSJ에 “IS 테러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시대가 지고 (뿔뿔이 흩어져 떠도는) ‘야생 개(stray dog)’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의한 대규모 테러에서 변화해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단독 테러범의 수가 늘었다는 것. 그리고 아예 뿔뿔이 흩어져 테러 조직에 대한 어떤 네트워킹도 없는 이슬람 국가(IS) 추종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일 브뤼셀 중앙역 폭발물 테러와 같은 날 발생한 파리 샹젤리제 거리 차량 테러는 서툰 야생 개들의 실패한 테러였다.

두 사건 모두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였지만 결국 용의자들만 숨졌다. 테러 전문가 클로드 모니크는 “브뤼셀 중앙역 테러 용의자는 폭탄을 만들었지만 결국 불발됐다”며 “이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한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당국도 브뤼셀 테러범은 IS 추종자로 그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정보로 폭탄물을 만들어 테러를 감행했지만 결국 폭탄이 불발되면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야생 개들의 실패한 공격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테러의 위협이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느끼는 테러 공포는 더 커졌다. WSJ은 “이런 류의 테러범들은 추적이 어렵고 칼과 자동차와 같은 무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테러 방지 측면에선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공격 형태가 바뀐 건 본질적으로 유럽 내 테러 보안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EU와 각국 정부들이 감시망을 조여왔고 국경을 예의주시하고 더 많은 경찰과 군인을 배치하며 대(對) 테러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 유로폴에 따르면, EU 내 2017년 테러 의심자 체포 수는 718명으로 2014년 395명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실제로 또 중동지역에서 IS 퇴출을 위한 군사 작전이 진행되면서 IS의 조직적 테러를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 가장 최근 대규모 테러 공격은 지난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로 당시 130명이 사망했고 그 이후엔 대부분 소규모 공격이 이뤄졌다.

테러 규모는 축소됐지만, 발생 횟수가 늘면서 유럽인들에겐 테러 공포는 일상의 위협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 공격의 횟수가 지난 2년간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WSJ에 “지난 2년간 테러 용의자들은 조직화된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았고 인터넷 노출을 통해 급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최근 테러에서 보이는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 명소 등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 차량 테러와 지난 3일 런던브릿지 테러는 프랑스와 영국의 대표적 명소로 테러 공포를 더 빠르게 확산시켰다. 유럽의 안보 당국 관계자는 “테러범들이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피해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명소에 대한 테러 자체로 거대한 혼란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테러 전문가들도 테러 규모가 축소됐다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선 IS 추종자가 집에서 만든 폭탄으로 22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테러범이 공격 전 IS의 정보원을 리비아에서 만났는지를 조사 중이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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