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통신비 인하, ‘제로레이팅 가이드라인’ 만든다

- 정부, 제로레이팅 가이드라인 작업 착수…서비스 활성화 계기 주목
- 미국, 유럽연합(EU) 규제완화 움직임, 국내도 새로운 트래픽 관리 기준 제정 추진
- 통신비 인하 대안으로 제로레이팅 부상
- 통신비 절감 효과…SKT 제로레이팅 서비스는 연장 유력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제로레이팅(Zero-rating)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이용자 권익과 시장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제로레이팅 서비스의 사전ㆍ사후 규제 근거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내년 초쯤 나올 예정이다.

미래부는 가이드라인 작업과 함께 합리적 트래픽 관리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달 말로 만료되는 SK텔레콤의 제로레이팅 서비스에 대해서는 연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간 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특정 콘텐츠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그 동안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 때문에 서비스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망 중립성은 이통사 등 네트워크 제공자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미래부는 그러나 “최근 국ㆍ내외 통신시장에서 제로레이팅 등 다양한 형태의 혁신적 서비스의 등장과 이에 따른 허용 이슈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새로운 망 중립성 정책방안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래부는 ▷2015년과 2016년 국내 망 중립성 연구 결과 및 국내 통신시장 분석 ▷제로 레이팅 등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설문ㆍ심층면접, 전문가 의견 수렴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 변화 등을 통해 국내 망 중립성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트래픽 관리 기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로레이팅 같은 신규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이익과 공정경쟁 저해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존 트래픽 관리 기준 등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국가들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경쟁의 공정성 차원에서 그 동안 망 중립성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AT&T 등 통신 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절차를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제로레이팅 정책이 망 중립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EU는 이달 중 망 중립성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은 이달 말로 만료되는 포켓몬고 제로레이팅 서비스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해 미래부와 이번주 초 사전 의견 조율을 시작한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21일부터 포켓몬고 제작사인 나이언텍과 제휴를 맺고 자사 이용자를 대상으로 포켓몬고 중 발생하는 월 250MB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비스 연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곧 정부와 의견조율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산업 경쟁적 측면과 소비자 후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단은 SK텔레콤의 서비스 연장 계획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 포켓몬고와 경쟁적인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은 3개월 추가 연장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켓몬고 게임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SK텔레콤 가입자는 1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터넷 사업자들은 여전히 이통사와 일부 인터넷 기업 간 제휴가 이통사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인터넷 콘텐츠의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의 경우 이용자 대신 데이터 사용료를 지급할 여력이 없어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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