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은 인문학을 대중화하거나 상품화한다기 보다는 자기 분야와 자기 세계가 확고한 사람들이 풀어놓는 수다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잡학들이 부딪쳐 새로운 영감과 통찰이 나올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통념을 비튼 ‘쓸데없는’이라는 단어다. 쓸데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 것은 기능적, 실용적 관점이었을 것이다. 기자도 이런 통념에서 볼때 취직이 잘 안돼 쓸데없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대중문화 담당인 기자는 업무에 역사학을 아주 요긴하게 써먹는다. 역사학 외에 ‘쓸데없는’ 과로 분류되는 철학과 문학을 좀 더 공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물론 일반기업에 가지 않고 문화부 기자를 하기 때문에 역사 공부가 도움이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를 공부하면 현상과 사안을 좀 더 기본적이고 폭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므로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필자의 대학 재학시절 사학과는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과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학생으로 나뉘어졌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교수와 연구원이 될 사람이었고,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취업준비생이었다. 하지만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서 취업할 수 있는 곳도 많다. 문화와 콘텐츠 관련 업무에는 역사를 알면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알쓸신잡’이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보면서 인문학도 재미있고 쓸데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면 ‘알쓸신잡’은 사회적으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서병기선임기자/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