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열의 내공…평범함이 비범함이다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 음악방송 1위
10년만에 첫 단독 콘서트도 대성공
힘빼고 나만의 음색에 한발 가까이…
“나의 힘들었던 삶이 타인에 희망 됐으면”

가수 황치열이 지난 13일 발표한 첫 번째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타이틀곡 ‘매일 듣는 노래’는 데뷔 첫 음악방송 1위의 영광을 안겨주었고, 수록곡 ‘사랑 그 한마디’, ‘각’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24~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10년만에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욜로콘’을 개최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여기에는 국내 팬을 비롯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 팬들도 상당수를 차지해 중화권에서의 인기를 실감케 하며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도 재확인했다.

황치열은 호소력 짙은 발라드 무대는 물론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 파워풀한 록 등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원래는 발라드 가수다. 춤을 춘 계기는 경연 때문이다. 중국 ‘나가수’때 발라드를 하다가 조금 루즈해지면서 춤을 곁들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다 3~4번 댄스를 했다. 댄스는 장기자랑 정도라고 생각한다.”

황치열이 이번 음반 제목을 ‘비 오디너리’(Be ordinary)라고 한 이유는 “뭔가 화려한 걸 보여주기보다는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자는 것이다. 매일 듣는 노래 같은 거다”고 말했다.

그는 12년전인 24살때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반지하에 살면서 노래를 연습했다. 누가 들어줄지는 알 수 없었다. 허공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을 들어준다. 의미가 달라졌다.

“10년만에 음반이 10만장이 나갔다. 거짓말인줄 알았다.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음반 판매가 감소 추세인데, 10만장이 나간 것은 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팬카페를 들락날락하며 댓글을 보고, 많은 정보를 얻는다.”

황치열의 인생은 ‘불후의 명곡’과 관찰 예능 ‘나혼자 산다’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 가수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예전의 녹슨 CPU를 바꾼 느낌이다. 이 경험때문에 중국에서 ‘나가수’ 경연할 때도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불후’ 할 때도 일반인 느낌으로 섭외돼 PD에게 사투리를 맘대로 쓰게 해달라고 했다. 중국에서도 사투리를 썼다.”

이어 ‘나혼자 산다’를 통해서는 황치열의 인간적인 모습과 내면을 많이 보여주며 팬에게 편하게 다가가 대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치열의 음악 작법이 흥미로웠다. 자신의 음악인생에 영향을 많이 미친 건 가난한 환경이었다. 그는 홍대앞 반지하 3평 공간에서 4명이 함께 살았다. 한달에 2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튼 적이 없다, 샤워만 온수 기능으로 해결했다. 지금도 온수를 잘 안튼다. 4명에게 15만원씩 걷어 집세를 해결한다. 나머지 5만원으로 쌀을 사고 반찬은 부모가 보내주는 것으로 해결한다. 수프는 간혹 편의점 음식으로 먹는다.”

황치열은 “그런 곳에서 자작곡이 잘 나온다. 감성도 좋다”면서 “옥상이 있고, 평상이 있으면 더 좋다”고 했다. 황치열은 발라드 가수지만 그속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팬에게 발라드를 정통 발라드와 트렌디 발라드 두 톤으로 들려주고 반응을 체크했다. 허스키한 그의 음색과 어울리는 걸 찾아나갔다.

“발라드가수지만 처음에는 지르는 식이었다. 경연을 목적으로 해서인지 뭔가 과했다. 호소력이 5라면 10의 호소라야 상대방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는 변함이 없지만 가볍고 심플하고 소프트해졌다. 요즘 추세인 담담하게 진행했다. 경연때처럼 너 죽고 나 죽고가 아니라 약간 담백하게 흐른다.”

황치열이 보컬 트레이너를 한 것도 가난 때문이었다. 집이 가난한 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이 아닌 길을 걸었기에 지원을 받지못했다. 하지만 보컬 레슨을 통해 자신이 얻는 게 더 많았다고 했다.

“지식을 스스로 정리하게 됐다. 음악에는 절대 정답이 없다. 각자의 색깔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기 것을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보컬 트레이너 할 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음악 분석 능력도 그때 생겼다.”

황치열은 앞으로 대표곡도 만들고, 가수로의 색깔도 더 잡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뛰다 보면 (대표곡이) 잡히는 거지, 잡을려고 하면 못잡는다”고 했다. 황치열은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을까?

“우리 일상은 반복이다. 지치기가 쉽다. 특히 희망과 목표가 희미한 그런 분은 나를 보고 희망을 얻고 위로삼았으면 한다. 나도 내가 맞는지 잘 모른다.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 특별히 가진 건 없지만 성실하게는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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