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던 태국 계란 한달째 ‘감감무소식’

수입업체, 태국 현지서 물량 조달 실패
“상황 모르면서 발표부터…” 비판 제기

계란한판 최고가 9330원…1년새 35%올라
수입량도 당초 계획의 ‘절반’에 그쳐

계란과의 전쟁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정부가 수급 조절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찍이 들어오기로 했던 태국산 계란은 아직까지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면서 계란 한판 가격은 1만원에 가까워졌다. 일부 특급 계란의 경우엔 1만원 시대로 벌써 진입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께부터 수입이 예정됐던 태국산 계란은 한달째 아무 소식이 없다. 당초 지난 22일 부산항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던 태국산 계란 70만개는 국내에 반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약 200만개의 태국산 계란이 수입될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것이다. 정부 측은 “수입업체가 현지에서 물량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수입한다면서 현지 상황도 전혀 모르면서 대대적인 발표부터 해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며 “현지 조사도 제대로 안하고 지금까지 업체 말만 믿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계란 가격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계란값은 상승세에서 멈출줄 모르고, 태국산 계란 등 수입계란유통은 더딘 상태다. 이에 계란 1만원시대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며 주부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은 최근 1만원 계란값 시대 돌입을 상징하는 마트 풍경. [연합뉴스]


이처럼 수급 조절에 실패한 계란값은 여전히 고공비행중이다. 지난 29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계란 1판(특란 30개 기준)의 전국 소매 최고가격은 933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6880원에 비하면 35.6% 오른 가격이다.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자 시민들의 밥상물가는 한층 더 비싸졌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6) 씨는 “계란 한 판이 만원에 가까워지자 손쉽게 먹던 간식인 삶은 달걀이나 계란 후라이 하나하나 귀하게 느껴진다”며 “요리를 할 때도 계란을 아껴 쓰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태국산 계란 수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높은 계란값이 잡힐지는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수입량이 애초 정부가 발표했던 수준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3일과 24일 태국 ‘카셈차이 푸드(Kasemchai food)’와 ‘상쏭 팜(Sangthong Farm)’ 등 태국 현지 계란 유통업체가 한국으로 가는 첫 신선란 수출 물량 선적을 마쳤다. 판매용 물량이 현지에서 선적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선적된 물량은 97만5240개에 불과해 애초 정부가 발표했던 200만∼230만개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물량은 빨라야 30~31일께 국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과 시기 모두 당초 정부의 대대적인 발표와 어긋나면서 가격 안정을 위한 수급 조절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계란 소비량이 하루 평균 3000만개가 훨씬 넘는데 100만개도 안되는 태국산 수입량으로 높아진 계란값을 잡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명확한 시기와 물량을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도 않아 문제”라고 비판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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