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동 거절하는 洪의 노림수는?

[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태형 기자]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내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7.19 영수회담 제안을 거절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성과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열리는 문 대통령의 첫 영수회담 제안이지만 홍 대표는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하며 “대통령의 FTA 비난 사과가 먼저”라며 청와대가 받기 어려운 카드를 역제안한 상태다. 야권 선명성을 강화, 보수세력 결집을 꾀하고, 비주류 출신 신임 당대표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노림수가 읽힌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만 설득하면 한국당 없이도 주요 현안 처리가 가능하다며 ‘홍준표 패싱’이란 강경 전략을 내비치고 있어 자칫 홍 대표의 승부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오는 19일 여야 당 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을 가진 적 있지만, 청와대에 여야 당 대표를 초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첫 영수회담 격으로, 지난 순방 외교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열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중심으로 더 (홍 대표에게) 취지를 설명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안보를 제1가치로 여긴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외교ㆍ안보를 논의하는 자리에 안 올 리 없다는 기대를 갖고서 끝까지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이날까지 불참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홍 대표의)불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저들이 본부중대, 1ㆍ2ㆍ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린 갈 길을 간다”고 적었다. 영수회담을 ‘정치쇼’로, 여당과 야3당을 ‘본부중대와 1~3중대’로 비유하며 불참 의사를 강조한 것이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 직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때 당시 민주당이 극렬하게 비난했고, 이번 5당 대표회담을 하면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며 당 대표급 회동 대신 원내대표급 회동을 역제안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이나 예산 분야라면 원내대표와 만나고, 외교ㆍ안보 등 큰 틀의 주제에선 당 대표와 만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홍 대표가 한미 FTA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사과나, 원내대표급 회동 등 청와대가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카드를 들고 나온 건, 불참에 방점을 두고 이에 적절한 명분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 이유 외에 여러 포석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비주류 출신의 홍 대표는 대선을 거쳐 급부상, 이제 막 자유한국당 대표로 취임해 아직 당내 지지기반이 탄탄치 않다. 홍 대표로선 당내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또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번 영수회담을 ‘정치쇼’로 규정하고 선명히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으로서 선명성을 강화하려는 의중이 읽힌다.

특히 다른 야당을 ‘1~3중대’로 표현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사실상 바른정당을 겨냥한 표현이다. 바른정당도 여당과 다름없이 진보세력에 가깝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다. 보수정당 대결 구도에서 바른정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보수세력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도 읽힌다. 다당제 구도이지만, 이를 거부하고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당 구도로 전선을 구축하며 자유한국당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도 깔렸다. 정부ㆍ여당은 홍 대표를 끝까지 설득하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홍 대표가 불참하더라도 예정된 영수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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