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號 한달] “당장 가능한 것부터”…가맹점 갑질ㆍ유통질서 다잡기 광폭행보

[헤럴드경제=유재훈ㆍ이승환 기자]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을 살짝 넘겼다. 지난 20년간 시민사회단체에 몸담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불법 경영승계를 강하게 지적하며 이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던 김 위원장의 전력에 재계와 시장은 취임 전부터 ‘공포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대기업 개혁은 몰아치듯 할 수 없다”는 취임 일성으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긴 시간 대기업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온 만큼 수십년간 이어진 대기업 내부 구조를 속전속결로 뜯어고치려들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대신 김 위원장은 ‘건전한 재벌’을 강조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와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기업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당장의 규제 철퇴보다는 대기업 개혁이 시간을 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시간을 두고 대기업의 자성을 지켜볼 심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5개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가을 이전에 직권조사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달 4대 그룹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대기업의 개혁을 기다리기엔 한국 경제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히며 발빠른 개혁을 주문한 데 이은 후속 압박조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의 목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획일적인 잣대가 아닌 각 기업별 특성에 맞게 (재벌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영세자영업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골목상권 등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에 최대 방점을 찍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 개정 사항인 대기업 개혁 방안이 쉽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당장 시행령, 고시 개정으로 가능한 가맹점 갑질, 하도급 보호에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형마트ㆍ오픈마켓ㆍ소셜커머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을(乙)이 될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에서의 횡포를 지적하며 후속대책을 잇달이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광폭행보는 이른바 ‘김상조 효과’로 불리며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치킨업계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은 그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 관리 기관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공정위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의 공정위에 거는 기대를 늘 강조하면서 그 눈높이에 맞는 공정위 내부개혁도 예고했다. 취임사를 통해 전 공정위 출신 OB들과 만남을 금지하고, 사건 처리 과정에 ‘팀’제를 도입해 사건처리 과정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부 개혁 TF에 국장급 이상 고위직을 모두 배제해 철저히 밑바닥에서부터 개혁안을 꾸리겠다는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취임 한달 행보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전문가는 ”우려했던 재벌개혁 의지를 무리하게 내세우지 않는 것만 해도 시장의 충격은 반감된다“며 ”김 위원장의 개혁 행보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재벌개혁의 연착륙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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