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이영렬 前 지검장, “사실관계 인정ㆍ처벌 예외사유 해당”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59) 전 서울중앙지검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청탁금지법 처벌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이 전 지검장 측 입장이다.

이 전 지검장 측 변호인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 8조 3항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에 주는 위로ㆍ격려ㆍ포상금’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목적의 금품’이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 처벌 예외 대상 8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청탁금지법상 허용된 처벌 예외 사유를 언급했다. 직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처벌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지검장측은 지급된 식사비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를 위해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것일고 주장할 지에 관해서도 추가로 검토 중이다. 이 전 지검장 측은 또 “입법 자체의 위헌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내달 16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장이던 이 전 지검장이 지난 4월 21일 수사팀 간부 6명, 법무부 간부 3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불거졌다.이 전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과 박세현 형사기획 과장에게 각각 100만 원의 돈봉투를 주고 1인당 9만 5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지검장이 건넨 돈은 수사를 위한 검찰 특수활동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만찬에 참석했던 안태근(51) 전 법무부 검찰국장도 식사 자리에서 수사팀 간부에게 각 70만원에서 100만 원의 돈 봉투를 건넸지만, 대검찰청은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일선 검사에 적법한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보고 현행법 위반으로 문제삼지 안않았다.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면직 처분했다. 면직은 검사징계법상 해임에 이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두 사람은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2년 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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