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 ‘시계제로’] 새 정부 고강도 사정에 숨죽인 재계

검경 및 공정위까지 전방위 압박
80%대 지지율 최대 동력 분석속
적폐청산 바람에 경영위축 우려

문재인 정부의 정부 조각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자 기업을 향한 정부의 사정(司正)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시장의 불공정을 근절하고 재벌개혁을 실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이 경제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넘어 사정 수사의 투트랙으로 진행되자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처한 모습이다. 특히 기업 수사가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사정 바람이 어느 수위로까지 번질 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출범 69일을 맞은 문 정부의 대(對) 기업 사정은 압수수색 등 사법적 영역과 함께 과징금 조치 등 행정조치로까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도 최근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신축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다. 경찰이 압수한 컴퓨터 및 휴대전화 자료분석이 끝나면 관련 임원은 물론 조 회장도 소환될 수 있어 조 회장의 피의자 전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특히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업체가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 공사도 담당했다고 경찰이 파악하고 있어 경찰 수사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인천공항경찰대로부터 인천공항 라운지 불법운영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같은 위반 사항으로 아시아나항공 역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오너일가 지분율이 100%인 유니컨버스에 대해 자체적으로 지분을 처분했지만 연쇄적으로 수사가 진행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향후 국토부, 공정위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최근 일련의 압박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도 줄줄이 사정 대상에 들어온 상태다. 이미 현대위아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부당 하도급행위로 적발된 첫 사례가 됐다. 공정위는 현대위아에 대해 과징금 3억6100만원과 검찰 고발 결정을 내렸다.

현대글로비스는 거래처와 2년 넘게 1200억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진해서 대리점 밀어내기를 개선하고 보상하겠다는 동의의결을 공정위에 신청했지만, 역시 새 정부 영향에 따른 결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당한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적폐청산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처럼 기업을 상대로 숨가쁘게 고강도 사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세부전략을 다듬고 연간 실적을 챙겨야 할 시기지만 ‘다음은 또 어디가 될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정당한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일방적으로 코너로 모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권 때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다 결국 타협한 사례가 있어 이 정부는 학습효과에 의해 타협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며 “지금은 80%대 지지율이란 정당성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채찍질만으론 정부가 궁극적으로 일자리, 상생이란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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