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시계제로]하루 아침에 돌변하는 기업 정책…반재벌정서에 기업들 전전긍긍

- 원전 이사회 기습 결정 시공사 피해 눈덩이
- 최저임금 17년 만 최대폭 인상
- 명분만 옳다면 손실 책임은 기업이(?)
- 높아지는 경영 불확실성에 기업 불만 고조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명분만 옳다면 그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은 누가 떠안든지 상관없다는 건가요?”(L사 마케팅 임원)

“‘재별=적폐’라는 인식이 점점 팽배해지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대기업 D사 기획실 임원)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돌변하는 정책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중소기업 C사 대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정책이 급변하면서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 보복 등 글로벌 경제 이슈들이 산적한 가운데 정책 변동성 마저 높아지면서 재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상향한 가운데, 향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반기업 정서를 기반으로 ‘재벌은 곧 적폐’라는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어 기업들은 숨 죽인 채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결국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경제계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 재벌 개혁으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기업 관련 정책의 일방적인 강공 드라이브가 본격화하자 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기업과의 소통은 등한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습 이사회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공사 일시 중단을 한 데 대해 재계는 현 정부의 기업관을 드러낸 첫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내외 반발이 거센 가운데서도 기습적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 데 대해 재계는 ‘명분과 방향이 분명하다면, 180도 달라지는 정책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란 시각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정으로 향후 3개월간 시공업체들이 입을 피해는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 정부 정책이 확정되거나 구체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 임금이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대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협력업체들의 경영환경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인상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수준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금융위원회가 과거 정책적 입장을 뒤집고 ‘감사인 지정제’를 전면 도입하려는 것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위는 “잘하고 있는 기업까지 감사인 지정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전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바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 정부 들어 추진되는 새로운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책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기업들 상당수가 정부 눈치를 보며 숨직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포지티브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재계는 이를 두고 “일단 지켜볼테니, 먼저 눈치껏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재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과거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사례는 물론 향후 시행할 프로그램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조동근 명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며 “최저임금, 원전 폐기 등 정책 일관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정부 아래서 기업 경영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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