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대화 공식제안] 文대통령 ‘베를린 구상’ 구체화 첫발…남북관계 개선 급피치

군사회담·적십자회담 동시제안
文정부 초반 남북관계 분수령
軍, 서해 군통신선 복구 기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17일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과 남북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대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쾨르버 재단에서 밝힌 ‘신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의 구체화 조치이기도 하다. 북한의호응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반 남북관계의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의 첫 이행 조치로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카드를 빼든 것은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으로 군사적 긴장 해소와 인도적 사안인 고령화되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앞서 13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조치 관련 논의를 갖고 북측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후 청와대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 논의 및 검토를 거쳐 주말께 북한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 제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특히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대북대화 제의 발표에 앞선 지난 14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관련해 일관된 기조로 후속조치를 진행해 나갈 것임을 설명하고 미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구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올리는 것은 지난 9년간 보수정권 동안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되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복원하기까지 5년 임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과거 서독 정부의 동방정책이 20여년 간 지속됐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남북관계가 정권교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데 대한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여기에 북한이 수차례 핵실험에 더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등 북핵문제가 임계점에 달함에 따라 남북대화를 북핵문제 해결의 대화 입구로 삼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 열흘, 그리고 문 대통령이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오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촉구한 목표 시점 열흘을 앞두고 전격적인 대북대화 제의에 나선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가 정말 어려운데 문 대통령이 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이 대화를 제의할 적기”라며 “현재 남북관계가 판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판을 깨트리는 모험적인 결단과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다만 “과감하게 던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막 던져서는 안된다”며 “상대방의 의도와 어떻게 나올지를 읽고 전략적으로 대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국방부가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면서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한 회신을 요구한 것도 주목된다. 현재 군 통신선을 비롯한 남북간 연락 채널은 북한이 작년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반발해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모두 끊긴 상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든 회담 대표급이나 의제, 장소 등을 수정해 역제안하든 군 통신선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면 사실상 복원의 의미로 남북관계의 시계바늘을 앞당기는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ㆍ유은수 기자/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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