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가 수상하다①]물폭탄 뿌리다 바로 폭염…장마철 아닌 우기?

-올 장마 “장맛비보다 국지성 집중 호우 가까워”
-변한 장마철 풍경 “아열대 기후 아니냐” 의견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시간당 최고 91.8㎜의 ‘물폭탄’이 쏟아진 청주를 비롯해 7월 셋째 휴일인 16일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 뿐 아니라 범람과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새벽부터 302.2㎜의 폭우가 내리면서 청주의 경우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의 홍수였다.

온대기후인 한반도의 전형적인 여름철 장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강하게 형성돼 뚜렷한 모습을 보이던 장마전선은 최근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흐려졌고, 장맛비 대신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여름철의 흔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름철 비 소식의 변화에 일부에서는 ‘장마철’ 대신 ‘우기와 건기’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최근 2주(6월30일~7월16일) 동안 서울의 누적 강수량은 350.3㎜를 기록했다. 평년 강수량(142㎜)과 비교하면 2.5배를 넘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제주도의 누적 강수량은 24.9㎜에 그쳤다. 평년 수치(165.3㎜)의 15.7%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비가 내린 셈이다.

이처럼 올해 장맛비는 ‘국지성 집중 호우’의 성격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은 보통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며 중부와 남부 지역을 이동하는 게 보통”이라며 “그러나 올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특정 지역에서만 강하게 형성되는 등 국지성 호우의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역뿐만 아니라 밤 시간대에만 집중적으로 내리는 모습도 아열대성 강수의 형태와 닮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사가 강한 낮 동안에는 공기의 상하 이동이 왕성해지면서 장맛비를 막아서고, 반대로 밤에는 뜨거웠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습한 남서풍이 유입, 비구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아열대성 강수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난 장맛비는 장마전선이 형성되고 수일씩 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형태가 아닌 아열대 기후대에서 보이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에 가깝다”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마의 형태는 기후가 변하면서 점차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장마’라는 표현 대신 ‘우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학계에서도 여러 차례 나오고 있는 것은 맞다”며 “기상청도 지난 2009년부터 장마전선의 형성과 소멸이 예전처럼 명확하지 않아 장마의 시작과 끝을 따로 예보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장마철 모습이 예년과 다른 것은 맞지만, 한반도가 본격적인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는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기상청은 아직까지 “지리적으로 중위도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해 있다”며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다는 표현은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 학계에서도 이미 아열대기후에 들어섰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후대 구분법에 따르면 한국도 이미 일부 지역은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미국의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의 구분법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1년 중 8개월을 넘어서면 아열대 기후라고 정의한다. 제주와 남부 지역은 11월에도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서며 8개월 기준을 넘어섰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은 3월에도 평균 기온이 9.9도, 11월에는 11.8도를 기록하며 평균기온 10도가 넘는 달이 8개월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지역은 7개월에 그쳐 기준상 아열대 기후대 기준을 만족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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