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만 설득하면 한국당 없이도 주요 현안 처리가 가능하다며 ‘홍준표 패싱’이란 강경 전략을 내비치고 있어 자칫 홍 대표의 승부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오는 19일 여야 당 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을 가진 적 있지만, 청와대에 여야 당 대표를 초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첫 영수회담 격으로, 지난 순방 외교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열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중심으로 더 (홍 대표에게) 취지를 설명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안보를 제1가치로 여긴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외교ㆍ안보를 논의하는 자리에 안 올 리 없다는 기대를 갖고서 끝까지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이날까지 불참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홍 대표의)불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저들이 본부중대, 1ㆍ2ㆍ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린 갈 길을 간다”고 적었다. 영수회담을 ‘정치쇼’로, 여당과 야3당을 ‘본부중대와 1~3중대’로 비유하며 불참 의사를 강조한 것이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 직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때 당시 민주당이 극렬하게 비난했고, 이번 5당 대표회담을 하면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며 당 대표급 회동 대신 원내대표급 회동을 역제안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이나 예산 분야라면 원내대표와 만나고, 외교ㆍ안보 등 큰 틀의 주제에선 당 대표와 만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홍 대표가 한미 FTA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사과나, 원내대표급 회동 등 청와대가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카드를 들고 나온 건, 불참에 방점을 두고 이에 적절한 명분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 이유 외에 여러 포석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비주류 출신의 홍 대표는 대선을 거쳐 급부상, 이제 막 자유한국당 대표로 취임해 아직 당내 지지기반이 탄탄치 않다. 홍 대표로선 당내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또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번 영수회담을 ‘정치쇼’로 규정하고 선명히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으로서 선명성을 강화하려는 의중이 읽힌다.
특히 다른 야당을 ‘1~3중대’로 표현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사실상 바른정당을 겨냥한 표현이다. 바른정당도 여당과 다름없이 진보세력에 가깝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다. 보수정당 대결 구도에서 바른정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보수세력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도 읽힌다. 다당제 구도이지만, 이를 거부하고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당 구도로 전선을 구축하며 자유한국당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도 깔렸다. 정부ㆍ여당은 홍 대표를 끝까지 설득하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홍 대표가 불참하더라도 예정된 영수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