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의 290㎜ ‘물폭탄’, 청주 삼켰다

-사망 2명, 실종 1명…이재민 500여명 발생
-청주 시내 곳곳 물에 잠겨…주택ㆍ농경지 침수 잇따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일요일인 지난 16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충북 지역에서만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고, 이재민이 500여명이나 발생했다. 이번 물폭탄으로 인해 청주 시내는 하천 일부가 범람해 주택, 상가, 도로 등이 침수됐고, 충북선 열차운행이 4시간가량 전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17일 기상청과 충청북도 등에 따르면 청주지역에는 지난 16일 새벽부터 오후 6시까지 290.1㎜의 비가 내렸다. 이는 지난 1995년 8월 25일 이 지역에 293㎜가 내린 이후 22년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것이다. 같은 시각 인근 증평에도 22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16일 오전 청주시 일대가 물에 잠겨있다. 청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청주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관측 이래 7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최대다. [제공=연합뉴스]

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청주에선 산사태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청주시 상단구 낭성면 이목리에서 배모(80ㆍ여) 씨, 오후 3시 12분께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이모(58) 씨가 모두 산사태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근 충북 보은군 산외면 동화리에선 논을 살피던 김모(78) 씨가 발을 헛디뎌 인근 하천으로 떨어져 실종되기도 했다.

청주 시내를 흐르는 하천들이 한때 범람하며 주택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16일 오전 청주의 한 도심에서 119구조대가 긴급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청주 도심을 관동하는 무심천은 한때 위험 수위(4.3m)에 육박하는 4.2m(청남교)까지 물이 불어났으며, 하류 지역 일대 17가구 주민 30여명이 인근 주민센터로 대피까지 했다. 청주시 우암동 일부 저지대 주택가에서는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일부 주민들이 방바닥에 차오르는 물을 세숫대야로 퍼내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발생했다.

청주 흥덕구 석남천과 가경천이 한때 범람하며 복대동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차량 50여대가 물에 잠겼다. 비하동에서는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도 했다.

청주 다음으로 많은 비가 내린 인근 증평군에서도 보강천 수위가 불어나 주차장에 세워진 굴착기, 화물차 등 차량 57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또 증평읍 덕상리에선 지방 하천 삼기천의 둑 50m가 유실돼 일대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268가구 주민 416명이 고지대와 인근 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16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에서 119구조대가 불어난 하천에 고립된 저지대 지역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이번 비피해로 청주 211동, 증평 22동 등 충북에서만 주택 244동이 침수됐다. 농경지의 경우 청주 3344㏊, 증평 146㏊ 등 총 3497㏊가 물에 잠겼다.

하천 범람은 상하수도 시설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석남천 제방 일부 유실로 인해 상수도관이 파손되며 청주 가경동, 복대동, 강서동, 성화동 지역 등에 위치한 6만1000가구에 물공급이 끊어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또, 석남천 일부 범람으로 인해 청주 국가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이 물에 잠기며 처리하지 않은 폐수가 석남천과 미호천, 금강 등에 유입되기도 했다.

충북선 열차도 선로 침수와 토사 유출로 인해 오전 11시 양방향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제천역에서 오후 3시15분 출발하는 대전행 열차를 시작으로 운행을 재개했다.

한편, 충북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도 비피해가 잇따랐다.

충남 천안시에도 시간당 강우량 69.3㎜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 강수량 232.7㎜를 기록했다. 천안시 동남구 북면 은석산에서 주택이 집중호우로 매몰돼 일가족 3명이 갇혔다가 구조됐다. 천안시 성환천과 천안천, 용두천, 녹동천 등이 범람해 주변 농경지 수백㏊가 물에 잠겼다. 아산시 배방읍에선 주택 3채와 차량 52대가 물에 잠기고, 농경지 33㏊가 침수됐다. 강원 원주시 점말마을에선 펜션 투숙객과 야영객 등 150명이 한 때 고립됐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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