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넘어야 할 ‘5대 고비’

법정소송-의결권 확보 걸림돌
도시바의 변심-日 반한 정서도
도시바 ‘언론 플레이’까지 장벽

손에 잡힐 듯 다가왔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가 복잡해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최강 입지를 구축한 한국으로의 낸드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내 정서와 소송으로 비화된 도시바와 협력업체 사이의 갈등 모두 협상 걸림돌이다. 여기에 도시바의 ‘언론 플레이’까지 가세해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다만 7월중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제반 여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면 최대 현안은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건의 법정 소송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WD와 도시바의 주장을 듣는 첫 재판을 한국 시각으로 지난 15일 열었으나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관련 재판은 오는 29일 속행된다.

도시바측도 일본 법원에 WD를 부정경쟁행위 금지를 요구하며 1200억엔(한화 1조22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양사의 두 소송 핵심은 도시바측은 자사의 지분(49%)을 매각하고 싶어하고, WD측은 도시바의 지분 매각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SK하이닉스를 대신해 WD가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의 구성원 일원으로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있는 상태인데, WD가 SK하이닉스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추측이다. 이외에도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가 아닌 대만 홍하이 그룹과 접촉중이란 설도 제기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측은 “협상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환사채(CB) 투자를 포기하고 단순 대출(loan)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일본측 보도도 진행상황을 헷갈리게 한다. 이럴 경우 SK하이닉스가 애초에 기대했던 낸드 원천 기술 확보 기업 도시바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사실상 기대키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의결권)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CB가 아닌 단순 대출 형태의 투자로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자 정도다.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 문제는 일본의 반도체 국가기술이 한국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말 열린 도시바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이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하자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직접 나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부문에 의결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기술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본 협상을 앞두고 도시바측의 고도의 ‘언론 플레이’도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벽이다. 당초 SK하이닉스는 한화 기준으로 2조~3조원 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협상 진행 과정에서 일본 외신들을 통해 SK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할 비용 수준이 5조원으로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포기했다는 추측과 홍하이 그룹과 도시바 측이 접촉중이란 설명도 모두 일본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내용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협상 당사자들의 밀고 당기기 신경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결권 확보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있다”면서 (의결권) 포기에 대한 질문에는 “전혀 검토하고 않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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