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캐비닛 문건’ 확보한 검찰 본격 수사 나서

-압수수색 불허로 놓쳤던 朴정부 문건 뒤늦게 확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朴정부 관계자 줄소환 전망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캐비닛 문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압수수색을 불허했던 청와대 문건이 수사 시작 9개월여 만에 검찰 손에 들어가면서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역시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특수1부(부장 이원석)를 투입해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특수1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최근까지도 정유라(21) 씨를 상대로 삼성의 승마 특혜지원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감사원이 지난 11일 수사의뢰한 관세청의 ‘면세점 선정 비리’ 사건도 맡아 수사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번에 발견된 문건 역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받고 있는 뇌물죄 재판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청와대가 앞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은 메모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뇌물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문건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해당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들을 소환해 문건의 진위 여부와 작성 경위, 작성 주체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문건 생산시기(2014년 6월11일~2015년 6월24일)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직 기간과 겹쳐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2015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내 보인 문건. 청와대 측은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우 전 수석은 17일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캐비닛 문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그는 그동안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정황을 몰랐다며 책임을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문건을 통해 민정수석실이 삼성그룹의 합병 지원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농단 관련 사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우 전 수석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선 문건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에선 청와대의 문건 공개를 두고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도 위법 소지가 있는 증거라는 주장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8월2일로 예정돼 있어 문건 수사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기엔 다소 촉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캐비닛에서 추가로 1361건의 문건을 발견하는 등 이전 정부 문건이 계속 발견될 경우 검찰 수사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