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면세점 마지막 희망 ‘내국인’도 자취를 감췄다

-관세청 비리로 면세점 여론 급격 나빠지고
-요우커 발길 끊겨…‘겹악재’ 맞은 면세업계
-호텔롯데ㆍ신라 영업익 2009년 수준 ‘회귀’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베테랑 운전기사는 40인승 관광버스를 주차장 가장자리에 세웠다. 기사는 오랜 관광버스 운전경력 상 가장자리에 주차하는 게 버릇이 됐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늘던 지난 2016년까지 서울시내면세점들의 주차장에는 발디딜 곳이 없었다. 기사들은 차를 가장자리부터 먼저 채워갔다. 하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요우커가 사라진지 3개월, 주말인데도 이날 면세점 주차장에는 버스 단 한대만이 주차됐다. 가장자리에 세워진 한 대의 버스가 더 외롭게 느껴졌다.

같은날 서울시내 A 면세점 사람없이 한적했다. 입생로랑ㆍ구찌ㆍ아모레ㆍ후 등 외국인에게 수요가 높은 고급화장품 매장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나머지 매장은 고객이 2~3명 남짓밖에 안돼 보였다. 면세점업계에 기둥이 되던 국내 소비자들이 시내면세점행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휴가지에서 쓸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 휴가철을 맞는 점포의 모습같지 않았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물론 내국인 관광객 모두 면세점을 찾지 않으면서 면세점업계가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내 한 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는 관광버스 주차장에 단 한대의 차량만이 세워져 있다.

최근 면세점업계는 지독한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발 한한령(寒韓令) 규제바람이 지난 3월 시작되며 요우커 매출을 앗아갔다. 그리고 이어진 관세청의 면세점 선정비리 후폭풍은 내국인 고객들의 싸늘한 시선만을 남겼다. 지금 서울시내 면세점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 서울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18일 “3월이후 계속 사람이 없다”며 “관세청 비리 때문에 매출에 대한 관심이 조금 시들해지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엘리베이터 앞 화장품 매장에서 멀뚱히 서 있던 직원은 “사람이 오고 장사가 돼야 신이 좀 날텐데, 너무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요우커 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한 면세점 잡화매장 직원은 “원래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내국인까지 줄어드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면세점 업계가 위기상황에 놓이면 면세점을 채워주던 ‘단비’이자 버팀목같은 존재였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에 닥친 장기간의 경제불황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악재도 겹쳐왔다.

이때 면세점업계는 돌파구를 내국인 마케팅에서 찾았다. 수많은 면세점이 문을 닫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당시 내국인 마케팅에 성공했던 롯데면세점은 역경을 딛고 세계3위의 면세사업자로 우뚝 성장했다. 신라면세점도 아시아 중심 사업자. 동화면세점도 내실을 갖춘 면세점으로 입지를 다졌다.

일선 면세점 매장도 한산해졌다.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이 없어져 한적한 모습의 한 서울시내 면세점.

하지만 최근 면세점업계 실적은 급격히 부진해졌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기존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호텔롯데(면세와 호텔사업부 포함)의 영업이익 255억3200만원은 2009년 1분기 227억3800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호텔신라(면세와 호텔 포함)도 99억8833만원으로 2008년 1분기(67억원)보단 높았지만, 2009년 1분기(178억원)보다는 낮았다.

내국인 감소분이 더해지고, 한한령 여파가 더해진 올 2분기 실적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사스 이후 14년만에 최초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면세점 행정도 현재 마비수준이다. 올해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권이 만료되고, 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점의 신규사업자도 8월까지 선정해야 하지만 전혀 진척이 없다. 올해 연말까지 오픈한다던 현대면세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면세점 오픈을 늦춰달라는 의사를 관세청에 전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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