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 임금의 역설’ 막아야 고율 인상 의미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산정방식 때문에 고액연봉을 받는 대기업 일부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신입직원 연봉은 4000만원이 넘는다. 연간 800%에 달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이 연봉의 40%에 달한다. 이걸 제외한 60%를 기준으로 보면 실질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직원이 새로 결정된 최저임금 시급 7530원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기준 이상으로 인상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기본급을 인상하면 이를 근거로 산정되는 상여금이 또 올라간다. 이중의 혜택이다.

대기업 근로자 일부의 문제만도 아니다. 현재 9급 공무원도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적용하면 초임(1호봉) 기준 시급이 7276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거의 필수적으로 기숙사와 숙식비가 제공된다. 사실상 급여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임금의 30%를 넘는다. 하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가 외국인 근로자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수는 총 96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이 최저임금 인상률 영향권에 있다. 중소기업들이 안아야 할 부담은 내년에만 1조원 이상이란 게 정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높은 임금인상률을 자제하는 대신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 인센티브를 실질적 임금인상 수단으로 오랫동안 활용해왔다. 그래서 기본급의 비중이 낮다. 상여금 비중높은 고임금자들이 기본급 비중 높은 저임금자들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생긴 원인이다. 최저임금은 저소득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수입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 혜택은 저소득자 위주로 주어져야 마땅하다. 더구나 엉뚱한 곳에서 예상치 않은 혜택이 생긴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경영계는 이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고용노동부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15일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관련 주요 쟁점을 논의할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하반기 가동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은 중소기업 경영계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무리없이 가는 길이기도 하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