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③] 공범 박 양은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증인 A 씨 “(박 양이) 역할극으로 생각했을 것”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시종일관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증인으로 출석한 친구조차 단 한차례도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의 공판 내내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17일 오후 2시 인천지법 413호 법정.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 심리로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모(18) 양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빛바랜 연녹색 수의를 입은 박 양 고개는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머리를 묶은 박 양의 둥그스름한 얼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메마른 피부에서 어떠한 근육의 떨림도 감지할 수 없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2014년 6월부터 박 양과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해온 A(20ㆍ여) 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양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친구의 증언에는 귀 기울였다.

이날 박 양의 변호인은 주범인 김 양(17)과 박 양이 나눴던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A 씨의 의견을 물었다.

김 양이 범행 직후 박 양에게 “잡아왔어. 상황이 좋았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박 양이 즉각 “살아있어? 손가락 예뻐?”라고 답장한 것에 대해 A 씨는 “(박 양이) 100% 역할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픽션’이라는 것을 약속하고 나눈 대화”라고 말했다.

이어 “박 양은 배려를 많이 해줬던 친구고 가정사로 힘들어 울면서 전화하면 다독여 주고 위로도 해줬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오랜 친구를 회상하듯 부드럽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검찰이 “김 양은 박 양과 통화하면서 울부짖으며 패닉 상태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어’라고 얘기했다. 이런 경우에도 역할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A 씨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A 씨는 망설이다 “잘 모르지만, 사람마다 다르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증인, 변호인, 검찰의 목소리가 법정을 가득 메웠지만 박 양은 초연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을 지켰다.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바닥만 응시하는 박 양의 얼굴은 건조했다.

70여분동안 진행됐던 재판에서 박 양은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따금 숨을 내쉴 때 축 처진 어깨가 살짝 들썩일 뿐이었다.

검찰은 박 양에 대해 ‘살인방조’에서 ‘살인교사’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중 공소장이 변경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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