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판①] “그거 잡아왔어요?”…역할극 주장 흔든 檢 예리한 질문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 증인 신문
뜬금포 질문에 “네? 뭘요?” 답변

檢, 공범혐의 박양 살인교사 판단
美FBI 협조받고 공소장 변경 검토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공판에서 공범 박모(19) 양의 혐의가 살인 방조(幇助)에서 살인 교사(敎唆)로 바뀔지 기로에 섰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단순 역할극을 한 것이라는 박 양 주장 뒤집기에 나섰다.

17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 심리로 열린 박 양의 제3차 공판에는 함께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한 증인 A씨가 출석했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온라인에서 참여자들이 만든 인물로 역할극을 하는 가상공간이다.

검찰은 박 양이 김모(17) 양과 살인 범행을 공모 또는 지시했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 변호인 측 신문이 끝나고 반대신문에 들어가자마자 검찰은 A씨에게 “증인, 그거 잡아왔어요?”라고 물었다. A씨는 어리둥절해 하며 “네? 뭘요?”라고 답했다.

검찰은 “증인은 검사의 ‘그거 잡아왔어요’에 대해서 도저히 답변 못하겠죠? 그거는 검사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죠?”라고 물었다. A씨는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만약 증인이 검사가 이런 대화하기 전에 이런 상의나 논의를 했다면 검사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었겠죠?”라고 했다. A씨는 “그렇겠죠”라고 했다.

검찰은 이어 박 양과 살인범행을 저지른 김 양의 카톡을 언급했다. 검찰은 “어느날 점심에 뜬금없이 다짜고짜 ‘잡아왔어’라는 카톡이 왔다면 뭐라고 답하겠냐”고 물었다. A씨는 “‘그게 뭐야’라고 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박 양이 김 양으로부터 구체적 내용도 없이 다짜고짜 ‘잡아왔어’라는 메세지를 받고는 “살아있어? CCTV 확인했어? 손가락 예뻐?”라고 물었단 사실을 상기시켰다.

검찰은 또 A씨에게 “김 양이 박 양과 통화하면서 울부짖으며 패닉상태로 눈앞에 사람이 죽었어”라고 했다며 이런 경우도 역할극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었다. A씨는 “잘 모른다” 며 답을 흐렸다.

검찰은 “잘 모르지만 증인은 해 본 적 없고 이런 역할극을 다른 사람이 했다는 것을 들은 것도 없죠?”라고 재차 물었고 A씨로부터 “네”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앞서 김 양은 지난 13일 공판에서 박 양과 연인 관계였으며 박 양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양은 검찰 보강조사 때 “사건 발생 10여일 전인 3월 18일 토요일 박 양에게 기습 키스를 당했다”며 “이후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고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 양이 연애감정을 이용해 더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며 “살인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사람의 손가락과 폐를 가져오라고 했다”고 했다.

김 양은 또 사건 당일 범행 대상을 물색하러 집을 나서기 전 박 양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집 베란다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고 했고 박 양이 ‘그럼 거기 애 중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꺅’이라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김 양의 이러한 추가 진술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박 양의 죄명인 살인방조를 넘어선 살인교사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제출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

이에 검찰은 일단 살인방조 혐의 입증을 위해서라도 진술 조서를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또 미국 FBI의 협조를 통해 트위터 본사로부터 박 양과 김 양의 대화를 받는대로 살인 방조에서 살인교사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최종 결정키로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는 “살인방조의 경우 살인의 형량에 절반으로 하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다”며 “반면 살인교사가 될 경우 형법 31조에 따라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했다.

이어 “애초에 둘이 같은 살인으로 기소가 되고, 혐의 입증이 되지 않아서 한 명을 살인방조로 내리는 경우였다면 수월했겠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 한명은 살인, 다른 한명은 살인방조로 했다가 혐의가 더 무거운 살인교사로 올리려니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했다. 

김진원ㆍ박로명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