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中 도로나왔다고 일반교통방해죄? 법원 잇따라 제동

- 박 법무 후보 “입법취지에 맞지 않아”
- “국민 기본권 제한수단으로 남용 우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단순 집회 참가자가 행진이나 집회 도중 도로에 나왔을 경우에 일반 교통방해죄로 처벌하려는 경찰의 움직임에 법원이 연이어 제동을 걸고 있다. 일반 집회 현장에 살수차와 차벽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집회 대응기조 변화와 맞물려 단순 집회 참가자에 대한 일반 교통방해죄 적용이사라질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17일 수원지법 현사5부(부장판사 김동규)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민주노총 간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집회 당시 집회 참가자 2만여명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일대 전 차로를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사회 상규에 반해 일반인의 교통을 방해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교차로는 오후 4시31분 차벽이 설치돼 있었고 차벽 설치 전부터 교통이 통제돼 인근을 통행하는 차량이 없었다“며 교통방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책임이 A씨에게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집회 참가자에 대한 일반 교통방해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같은 집회 과정에서 일반 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에게 법원은 ”당시 집회 상황을 비춰볼 때 모든 차로가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위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 처장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됐는데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일반교통방해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3일에도 지난 2015년 3월 여의대로 5개 차로를 점거하며 행진한 전교조 울산지부 조합원 B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참가자에 대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입건된 사례는 2005년 1296건에서 2015년 2593건으로 10년새 두배로 늘었다. 2010년 헌법재판소가 이같은 법 적용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단순히 집회 도중 차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집회의 단순참가자가 집회가 신고 범위를 벗어났는지 인식하기 어렵고 이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고의가 배제되거나 면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순 집회 참가자가 집시법에 의해 처벌받는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되지만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이는 단순 집회 참가자를 집회의 주최자에 비해 가볍게 처벌하는 집시법 취지에 부합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집회 및 시위 참가를 위축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시위에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문제는 본래 입법목적에 비춰보면 조금 맞지 않는 법 적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되 법적용은 생물인 만큼 사안 별로 판단하되 국민들의 법 감정을 살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처장은 “경찰이 살수차와 차벽으로 집회를 원천봉쇄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면 집회 참가자들도 도로로 뛰쳐나올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집회 규모가 예상보다 커져 행진 도중 신고된 내용보다 도로 점거 범위가 커져도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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