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정권초 ‘단골메뉴’ 왜?

최저가 입찰·단기과제 집착
단기 플랫폼 형식 프로젝트
기초자산 개발역량 부족

방위산업 비리수사는 역대 정권 출범때마다 되풀이됐다. 이전 정부의 인사를 청산하고 군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단골메뉴’로도 꼽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방산비리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7일 발언과 대동소이하다. 노무현 정부도 정권 초에 국방개혁의 핵심으로 방산비리 척결을 내세웠지만 방위사업청을 국방부의 외청으로 독립시킨 것 외에 수사 부문에서 큰 성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18일 방산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단기형 무기개발 형식의 투자개발(R&D) 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원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도 사업을 밀어붙이고 보면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리’로 간주하면 결국 개발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 순기술로 6~8년 만에 기동형 헬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자체가 무모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통상 5~6년의 단기 프로젝트와 20~30년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무기개발을 추진한다. 하지만 기초자산인 레이더나 엔진이 아닌 헬기나 전투기 등 완성된 ‘플랫폼’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우리 순기술 개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 방위산업 관계자도 “레이더나 엔진 등 기초자산을 개발하는 데에도 5~6년이 걸릴 수 있다”며 “기초개발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6~8년 만에 해상작전헬기를 제조하려면 해외에서 기술을 많이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차기 수사대상으로 오르고 있는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KFX)사업은 2025년까지 18조를 들여 공군 전투기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다른 방산 전문가는 “미국도 무기강국으로 거듭나기까지 30~40년의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무기개발이다. 다른 산업에서는 천문학적인 투자일 수 있지만, 방위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무기개발을 하려면 ‘억에서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도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6~8년 안에 우리 기술로 개발한 기동형 헬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추진했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수리온에 대해 2012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하고, 2013년부터 전력화를 선언했다. 이후 기체결빙시험결과가 불합격이라면서 전력화 중단이 결정됐지만 이는 4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와 관련해 양 수석연구위원은 “애초에 수리온을 최첨단 무기로 바라본 게 잘못”이라며 “수리온은 유로콥터(현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도면을 참고해 만든 기체다. 엔진도 한화테크윈이 순수개발한 게 아니라 해외 기술을 참고해 만들어진 것. 튼튼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 내 헬기를 만들어내다보니 결함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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