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바람…재계, 상생협력으로 답하다

LG디스플레이 ’新상생협력체제’
협력사 직원 동일한 의료지원

삼성전자 ‘물대지원펀드’ 조성
협력사에 물품대금 전액 현금지급

현대차, 해외진출 프로젝트 진행
포스코 기술나눔 업무협약 체결

새 정부의 기업 철학에 대한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재계가 이에 본격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착한 기업’ 바람이다. 재계가 2차ㆍ3차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방안을 속속 공개하면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자사의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2차ㆍ3차 협력사 직원이 암에 걸릴 경우 LG디스플레이 직원이 받는 것과 동일한 의료 지원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동일 사업장에 근무하지만 직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LG디스플레이는 “구성원의 ‘건강보호와 배려’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암이나 희귀질환 등 포괄적 상관성에 기반한 질병에 대해 차별 없는 의료복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안은 LG디스플레이가 밝힌 ‘신(新)상생협력체제’ 방안에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가 설비 투자나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할 경우,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금융기관 제휴를 통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동반성장펀드)하고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생산자금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론도 3차 협력사까지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보다 파격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6월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 지급하도록 하는 혁신적 물품 대금 지급 프로세스를 실시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키 위해 시중 은행들과 함께 총 5000억원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면 2차 협력사간 월 평균 거래금액 내에서 현금 조기 지급에 따른 필요 금액을 1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현대차 또한 일찌감치 협력사와 상생을 꾀하고 있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많게는 3만개나 돼 협력사 경쟁력이 곧 현대차의 경쟁력이기 때문. 현대차는 협력사들과 함께 해외 진출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현대차는 매년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이는 협력사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신기술 전시와 세미나 개최, 세계 유수의 명차 비교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보다 많은 협력사들이 기술 정보 공유로 글로벌 R&D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포스코는 올해 기술나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가 보유한 300개의 우수기술을 공유하고 이 중 69개 기술의 특허 83건을 24개 기업에 무상 이전했다. 무상 이전 대상 기술에는 기계장치, 로봇, 이물질 제거기 등 산업용 기계 61건 등이 포함됐다.

협력사의 평균 매출액에서도 포스코의 상생 경영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2001년 포스코 협력사의 평균 매출액은 733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연평균 9.1% 이상 성장을 지속해 2016년 2722억원에 이르렀다.

SK는 아예 임금의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공유’를 상생협력 모델로 지목한 최초의 기업이다. SK그룹 내에선 SK하이닉스와 SK인천석유화학이 임금공유를 채택했다. 운영 방식은 예컨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임금 1만원을 내면 회사가 1만원을 더 보태 협력사에 지급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기술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기술혁신기업’으로 선발하고 집중 육성하는 새로운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선정된 기업은 향후 2년간 SK하이닉스와의 공동기술개발 등 포괄적인 기술지원을 받게 된다. 개발된 제품은 최소구매물량을 보장해 협력사의 재무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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