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고층건물 화재, ‘그렌펠 참사’ 판박이…“화재경보 안 들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하와이 호놀룰루 고층빌딩 화재 사고가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참사와 비슷한 양상이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화재 경고음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마르코폴로’ 고층 거주자들은 사고 당시 문을 열어보거나 뛰어다니는 소방관들을 보기 전까지 불이 난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거주자들은 “경보기가 복도에 있어 화재가 발생해도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화재 경보등이나 안내 방송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AP]

한 거주자는 자신이 목격한 장면이 “공포영화 같았다”며 “그건 공포영화가 아닌 실제였다”고 당시 충격을 설명했다.

샤워 중이었던 브릿 렐러(Britt Reller)는 아파트가 연기를 내뿜기 전까지 건물이 불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뒤늦게 85세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렸지만, 불길과 연기를 피해 침대 밑으로 숨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렐러의 동생이 그와 통화하면서 전해들은 내용이다. 렐러와 노모 모두 끝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코리 라 로에(Cory La Roe) 씨는 “이 건물에 설치된 화재 경보기는 일반적인 알람음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로 인한) 큰 소리를 들었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생각에 밖을 내다봤다”며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고 복도로 나갔다가 화재 경보가 울리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당시 안내 방송이나 깜박이는 경고등과 같은 신호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은 사실도 몰랐다고 그는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아직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마르코폴로를 운영하는 아소시아 하와이(Associa Hawaii) 지부장 더글러스 헤슬리는 15일 성명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복구 노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소방훈련 내용이나 안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커크 콜드웰(Kirk Caldwell) 호놀룰루 시장은 오래된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키키 관광지에 위치한 마르코폴로는 1971년 건축된 36층짜리 주거용 건물이다. 14일 화재 당시 26층에서 불길이 치솟아 2층까지 빠르게 번졌다. 이날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12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도 마르코폴로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화재로 최소 80명이 숨졌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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