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통상압력에 살얼음판 걷는 한국경제

관광금지 등 中 1년째 사드보복
FTA 재협상땐 5년간 19조 손실

올들어 힘겹게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경제대국(G2)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무차별적 통상압박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으로 회복의 싹마저 꺾여버릴 처지다. 최근 우리경제가 수출로 그나마 버텨왔다는 점에서 G2의 협공은 더욱 치명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교역국이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010년 25%를 기록한 이후 줄곧 24~25%를 차지하고 있고, 대미 수출 비중은 2000년대 초 20%에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12~13%에 달한다. 홍콩 등 동남아를 통한 대중 수출까지 포함하면 G2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관련기사 2·3면


하지만 이들 G2와의 경제협력은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미국은 철강ㆍ석유화학ㆍ기계 등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잇따라 취하더니 최근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사실상의 재협상을 공식 요구해 한국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FTA가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였다며 으름장과 함께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발해 지난해 8월 한류 제한령을 시작으로 롯데마트 영업정지, 한국 관광금지 등 경제보복을 1년째 지속하고 있다. 최근 한국행 전세기 운항 승인으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3월 전년대비 40% 급감한데 이어 4~6월에는 65% 안팎으로 줄어든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G2와의 갈등이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것이란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시 향후 5년간 66억달러(7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170억달러(19조4000억원)의 수출손실이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입은행은 사드보복으로 대중 수출이 3~7% 감소하고 중국인 관광객도 30~60% 줄어 그 피해액이 7조3000억~16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우리경제의 기반이 취약해진 상태여서 G2 리스크의 경제파장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는 지난해 후반 이후 수출 호황업종의 생산과 투자가 늘면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내수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상태다. 일자리 등 체감경기도 싸늘하다. 이런 상태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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