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내 나이가 어때서

사다리를 타고 이층 처마 물 홈통을 뜯어내고 새로 바꾸어달고 페인트로 마감을 해주었다.

“아저씨 조심하세요”하고 집 주인이 내게 소리를 친다.”네, 감사합니다”대답을 하고 남미 출신 헬퍼와 함께 지붕 위로 루핑을 짊어지고 올라간다.

무거워도 함께 동참해서 일을 해주지 않으면 게으름을 부려 작업 진도가 늦어진다. 나흘 동안 지붕공사 마무리를 끝나고 돌아서는 나에게 주인장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하고 묻는다.

“내 나이가 어드레 보여요?”하고 강원도 사투리로 되물으니까 한 60에서 65쯤 돼보인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젊게 봐주셔서”하며 “일흔 둘입니다”하고 운전면허증을 보여줬다. 오늘날에는 80세 노인도 어제의 노인이 아니다. 70대와 80대는 신(新) 중년층과 같다. 보기에도 젊고 건강한 신중년, 또는 젊은 고령자(Active Senior)쯤으로 해석한다.

남의 돌봄이 필요없는 건강한 연장자라는 의미다. 과거의 뒷방 늙은이 취급받던 세대에 비해 훨씬 젊다. 요즘같은 백세시대에 인생의 정점을 조금 지난 나이에 불과한 것이다. 노인병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들이고 국내외 시장 개척에 있어서 실패도 성공도 많이 겪어왔고 미래의 주역이 될 세대이다.반면에 새로 수혈되는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어 들고있다고 본다. 여성들의 출산율도 젊은 여성 1인당 1.08명이어서 빠르게 고령화되는 추세다.

앞으로 8년후에는 초고령 사회(super 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시대를 들이밀고 올라오는 젊은 세대 때문에 일찍이 명예퇴직 당하는 많은 사람들은 다시 생산 현장에 복귀하거나 재직을 연장할 때는 엄청난 동력을 얻게 되고 침체된 사회를 건져줄 수 있으리라 본다. 나 역시 욕심을 내고 전력투구하는 싱글남. 똥을 뭉개도 이승이 좋아 혼자 사는 법을 잘 터득하고 살려면 첫째, 남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무엇이든 자기 힘으로 하자. 둘째, 일거리가 있는 것은 행복이다.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이 움직이자. 항상 움직이는 운동을 하며 당황하고 성급하게 뛰지 말자 셋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체력과 기억력을 키우자 넷째, 편한 것 찾지 말고 외로움을 만들지 말자. 몸에 좋다고 아무거나 먹지말고 자식에게도 너무 의지하지 말며 남의 말참견도 하지말고 적게 먹는 소식을 하며 생노병사는 자연의 진리로 조용히 맞이하자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있다.

내 지인도 환갑은 생일로 넘어가고 칠순을 맞이하여 부부가 유럽여행을 떠났다. 나 역시 70대 초로에 입문하였으나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다. 그러나 양로호텔이나 장의사 조문은 어쩐지 싫어진다.

90세가 다가와 만약에 내 손으로 못막고, 내 입으로 말 못하고, 내귀로 못듣고, 내 눈으로 못 본다면 살아도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죽을 맛이 들텐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당할 때 당하더라도 미리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첫째도 건강이다.그 다음으로는 자식에게나 남에게 괄시받지 않게 재력을 챙겨 놓자. 그래야 백세시대를 가는 길에 술 한잔, 밥 한끼, 내가 쏜다. 대접 받기 보다 쏘는 기분은 더 뿌듯하게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남은 인생 큰소리치며 즐겁게 남은 날을 보내고 싶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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