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쇼크’ 美, 8월말부터 北여행 전면금지

-北, 전세계 ‘유일’ 미국인 여행금지국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미국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가 잔혹한 북한 정권에 억류돼 결국 사망에 이르자, 미국 정부가 8월 말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승인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법 집행 체계에서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틸러슨 장관이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리적 여행 규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적 목적 등으로 북한 방문하는 경우에는 시효가 제한된 특별여권을 통해 허용된다.

이 조치는 8월 말부터 정식 발효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시 벌금 또는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여행경고’ 국가로 지정해 ‘여행경보’만 발동할 뿐 실제 방북을 허용해 왔다. 서방 진영에서 연간 5000명가량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인 방문수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코마 상태로 송환돼 결국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진=AP>

이번 조치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웜비어는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결국 사망했다. 당시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 복용으로 혼수상태가 됐다고 밝혔지만 미 의료진은 그가 억류 당시 심각한 뇌조직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 내 북한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 들끓으면서 북한을 ‘여행금지국가’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사설을 통해 “왜 미국은 북한 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라며 “워싱턴과 평양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북한 여행 위험도 증폭되고 있다”고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인 관광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외국인의 북한 여행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여행금지 조치가 적용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국은 1967년부터 알제리, 이라크, 레바논, 리비아, 수단, 쿠바, 북베트남 등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한 적은 있지만, 현재 금지 조치를 다 해제한 상태다. bonjod@

사진)지난 6월 코마 상태로 송환돼 결국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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