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빠진 트럼프 ‘셀프 사면’ 무리수..긴급 진화 나선 백악관

-백악관 긴급 진화 “사면 고려 안 해”
-셀프 사면,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 거론될 수 있어
-미 하원 25일 대러 제재안 처리 방침…지지로 선회한 백악관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러시아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셀프 사면’ 발언 논란이 번지자, 백악관이 재빨리 뒷수습에 나섰다. 특검의 수사가 트럼프의 최측근을 정조준하자 다급해진 그의 실언(失言)이 정치권, 법조계를 뒤흔들며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의 셀프 사면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현재 누구에 대해서도 사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이 2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에 대한 사면권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법률고문들과 변호인단에 사면권에 대해 물어보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21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부임 인사를 하는 스카라무치 국장. [워싱턴=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공보 참모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대통령은 누구에 대한 사면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러시아 문제는 터무니없는 일이므로 대통령은 누구도 사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또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누구도 사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러시아 스캔들 이 단순 의혹일 뿐이라, 그 누구도 사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제이 세큘로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대통령과 사면에 관해 대화한 적이 전혀 없다”고 논란 수습에 나섰다. 그는 또 “사면은 논의된 적이 없고 대화 주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논란에 불을 붙인 트럼프의 트윗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미국 대통령이 완전한 사면권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우리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로 (정보기관이 유출한) 기밀문서가 유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캔들에 연루된 이들에게) 사면을 고려하면 어떤가”라고 적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들끓었다. 미 헌법학자들은 사상 초유의 ‘셀프 사면’은 미국 기본 가치에 대한 모독이라며 현실 적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헌법 제2조 2항 1절은 ‘대통령은 범죄에 대해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통령이 확정 판결이 안 난 사건에 대해서도 형량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식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범죄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스캔들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트럼프의 경우 탄핵의 주요 근거인 ‘수사 방해’에 대한 논란이 점화될 수 있다. 앞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경질의 배경이 담긴 일명 ‘코미 메모’로 트럼프의 수사 방해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 이전 사면을 단행하면 탄핵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셀프 사면 발언 하루 뒤인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이 조작된 허위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날조된 러시아 마녀사냥이 계속되면서 민주당원 러시아인들 두 그룹만 이러한 선거 패배에 대한 변명을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과 러시아도 러시아 스캔들이 조작된 허위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미 백악관은 의회의 대(對) 러시아 추가 제재안에 대해 이날 돌연 지지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된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는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 취임한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이날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백악관 대변인과 다소 다른 견해를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헛발질하는 공보팀을 개선하려 새 공보국장을 임명했지만 더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 하원은 오는 25일 러시아, 이란, 북한 제재안을 동시에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대러 제재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러시아 제재 해제를 못하도록 한다는 조항과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등이 담겼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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