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측 “삼성 합병 찬성, 朴 지시 여부 밝혀야”…2심도 혐의 부인

-특검 “삼성 위한 합병으로 수천억 손실 초래”…징역 7년 구형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문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영) 심리로 25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문 전 장관이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대통령의 합병 찬성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원심은 범죄 동기를 사실상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변호인은 “원심 판결을 보면 문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 받았다는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어떤 동기로 삼성 합병이 성사되도록 무리한 지시를 했다는 것인지, 장관의 개인 희망사항을 복지부 직원들에게 전달해 범행을 공모했다는 것이 가능한지 신중히 심리해 달라”고 했다.

이어 “문 전 장관이 개인 생각으로 합병 성사를 말하고 투자위 결정 보고를 단순히 들었다고 해서 직권남용이 될 순 없다”며 “복지부 직원들이 대통령 비서실의 지시를 직접 받고 문 전 장관은 보고 라인에서 빠져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장관의 몇 마디 말만 갖고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께 기소된 홍 전 본부장도 혐의를 부인했다. 홍 전 본부장 변호인은 “업무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합병 찬성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입은 사실도 없다”며 “공단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라는 정당한 지시를 내렸을 뿐 합병 시너지를 조작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반면 특검은 “단지 삼성을 위해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며 “원심에서 구형한 각 7년을 선고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국민들의 쌈짓돈을 청와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해 사용했고 그 손실을 또 다시 쌈짓돈으로 메우려 했다”며 “헌정질서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의 한 단면으로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합병 안건을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고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로 기소됐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에 찬성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시너지 효과를 과대평가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았다.

1심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두 사람의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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