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후보로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는 현 재닛 옐런 의장과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두 사람을 거론했다. 그동안 개리 콘 위원장이 유력하다고 봤던 분위기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옐런 재임 쪽에도 무게가 쏠리고 있다.

▶‘옐런 재임명’ 첫 거론=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현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옐런 의장은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그녀에게)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녀는 여전히 두 번째 4년의 임기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저금리를 선호하는데 그녀는 역사적으로 저금리주의자였다”고 정책 추진에 있어 옐런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 기간 “옐런 재임은 없다”던 트럼프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 옐런의 재지명 거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만일 트럼프가 옐런을 재지명한다면 그동안 백악관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앞서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밴 버냉키 등 전임 연준 의장들은 모두 대통령이 바뀐 뒤에도 재지명됐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이 바뀐 뒤 (정당과 무관하게) 연준 의장이 재지명된 전통은 경제 정책의 연속성과 금융시장 안정의 중요성을 반영한다”며 연준 의장 교체는 백악관에겐 일종의 위험부담이라고 설명했다. WSJ도 “대통령이 바뀌면서 연준 의장이 재지명되지 않은 건 1978년이 마지막이었다”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을 재지명하지 않으면 그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는 재닛 옐런 연준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음속 1순위는 개리 콘=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개리 콘 위원장도 ‘상위 후보(top candidate)’로 보고 있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오랫동안 개리와 알고 지내왔다”면서 “함께 일하면서 개리에게 많은 존경심을 갖게 됐고, 개리는 확실히 (후보) 조합에 있다”고 말했다.

콘 위원장은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이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부문 수석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 언론들은 옐런 재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차기 연준 의장으로 개리 콘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최근 콘 위원장이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이라며 “그가 원한다면 의장은 그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만일 그가 지명되면 백악관 내 경제적 민족주의자들과 공화당 내 강경파가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옐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생각이 바뀌면서, 옐런과 콘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옐런과 콘 외 2~3명의 경쟁자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 언론들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 등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올해 연말까지는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현 옐런 의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의 임기는 2018년 2월 3일까지다. 만일 새 연준 의장이 지명되면 미 상원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시장은 옐런에 무게=시장은 누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너스톤매크로의 로베르토 펄리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전문가들이 옐런 재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이번 발언(옐런 재임)에 크게 놀라진 않는다”며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옐런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WSJ이 경제전문가 63명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옐런 의장의 연임을 예상한 답변이 20.8%로 집계됐다. 이는 게리 콘 위원장의 13.7%와는 7%가량 격차가 난다.

한편, 연준은 24일부터 미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정례회의에 돌입했고 26일 정책금리 인상 여부와 통화정책 관련 성명을 발표한다. 시장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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