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생 900여명, 신축 기숙사 입주 불발 날벼락

-동대문구청, 신축 끝나니 “새 도로 내고 허가 받아라”
-경희대와 동대문구청 간 감정싸움에 학생들 등 터진 꼴

[헤럴드경제=윤서형 인턴기자]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재학생 A 양(21)은 그간 원룸에서 살다 오는 9월 새학기에는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교에서 신축 기숙사를 마련해서다. 지방 출신인 A 양은 개강을 보름 앞두고 서울 친구 집에 올라와 잠깐 신세를 지며 입주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9월 학기 시작이 보름도 채 안 남은 지금. A 양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새 학기 입주를 열흘 앞두고 대학의 신축 기숙사 사용 허가가 보류됐다는 것이다.


A 양을 비롯한 기숙사 입주를 앞뒀던 경희대 학생 900여 명은 한 학기를 지낼 다른 거처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17일 서울 경희대와 이 대학 총학생회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전날 경희대 측에 “신축 기숙사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신청하라”라고 통보했다.

2016년부터 경희대학교 정문 앞 도로가 사유지로 인정받아 공공도로라고 볼 수 없으니 기숙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공도로를 내고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재신청하라는 것. 이 통보대로 새 도로를 만들고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하길 기다린다면 사실상 오는 2학기 기숙사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앞서 동대문구청과 서울 경희대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학교 앞 도로 사용료를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온 바 있다. 경희학원은 2012년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학교 정문 앞 도로는 개인 소유지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라는 소송을 냈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대법원은 경희학원의 승소를 결정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구청이 경희학원에 사용료로 산정된 14억 원을 지급하고 이후 매년 1억40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도로 사용료’에 관해 5년 간의 법적 다툼을 이어오던 중 2014년에 서울 경희대의 신축 기숙사 건설이 확정된 것이다. 이번 달에 기숙사를 완공한 학교는 지난 7일 기숙사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학교 측은 앞서 기숙사 인ㆍ허가 당시에 주민들과의 합의에 동대문구청이 큰 힘을 써준 만큼 기숙사 승인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날벼락같은 동대문구청의 사용 승인 보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신축 기숙사 허가를 촉구 농성 중인 총학 [사진=경희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경희학원 관계자는 “구청이 도로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기숙사 승인을 담보로 몽니를 부린다”라는 의심을 피력했다.

경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완공 전에도 꾸준히 소통을 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지속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승인 불허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또 “당장 이달 26일까지 입주 예정이었던 926명의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에서야 새 도로를 내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설사 완공할지언정 절차만 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총학생회는 전날부터 기숙사 사용 승인 촉구 농성을 이어오는 중이며 18일 오후에는 부총장과의 만남을 갖고 해당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기존 계획과 달라졌으니 도로 소유자인 경희학원에 공문으로 도로 사용여부 등 계획을 물어본 것”이라며 “기숙사 승인 불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hy002120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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