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자동차 멕시코에도 추월당하나?

멕시코 한국차 추월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멕시코에 추월당할 날이 머지 않았다.

5년전만 해도 멕시코에 100만대 가깝게 앞섰던 자동차 생산량이 10만대선으로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노사갈등으로 해마다 파업이 지속되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 리스크로 임금이 상승하면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 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생산감소는 곧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존립 문제로까지 번져 한국 제조업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6위 한국 7위 멕시코에 역전당할 수도=상반기 기준 2012년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148만대 수준이었다. 매년 생산량이 늘면서 올해 200만대에 육박하는 199만대로 35%나 증가했다.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반면 한국은 2012년 238만대 규모에서 올해 216만대로 10% 가까이 줄었다. 멕시코와 정반대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멕시코의 생산량 차이는 2012년 90만대에서 올해 17만대로 급격히 좁혀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생산규모 6위인 한국이 곧 7위 멕시코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이런데도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는 이달에만 8번 부분파업을 실시해 총 3만9000대 생산차질을 빚었다. 기아차도 2회 파업으로 3500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지난 5개월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온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일 교섭을 잠정중단했다.한국지엠은 신임 사장이 10월 1일부로 공식 부임하기까지 정상적인 교섭이 어려워 파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파업에 통상임금까지 겹악재 우려=파업은 일시적인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통상임금 여파가 생산감소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따른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기아차가 31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대 3조원 수준의 비용이 인건비로 들어가게 돼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가하고, 급기야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병완 위원장(국민의당)은 “자동차 기업들이 임금 압박이 커져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한국 경제 전체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준점이 올라가 향후 추가적인 임금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생산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통상임금과 무관치 않다. 한국지엠은 2014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결과 그 해만 1300억여원의 인건비가 늘어났다. 3년간 통상임금 등으로 5000억원 가까이 인건비가 증가한 동안 한국지엠은 작년 52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 中서 적자 등 글로벌 부진 장기화=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현대차 중국법인은 작년 상반기 67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에서 올 상반기 2100억원 이상의 적자로 전환됐다. 급기야 현지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중국 공장 4곳을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기아차 중국공장은 아직 가동되고 있지만 판매감소는 현대차보다 더 심각해 협력사들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다. 기아차 중국법인도 올 상반기 22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중 자동차 시장의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국내 자동차 산업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판매부진이 장기화하는 것과 함께 부품사 실적부진도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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