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미국인 ‘북한여행금지’…50번이상 방북한 노신부의 고민

북한여행 금지
미국 국무부 관계자가 현재 북한에 있는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북한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은 이날 평양 시내 건물들의 실루엣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는 모습.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제라드 해먼드(84·한국명 함제도) 신부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50번 넘게 북한을 다녀왔다. 52∼53번 정도로 추정되는데 확실치는 않다.

메리놀외방전도회 한국지부장인 해먼드 신부는 1995년 북한을 방문해 기근 해소를 돕는 데 앞장서 왔다. 유진벨 재단과도 함께 일하며 북한 결핵 퇴치에도 힘을 보탰다.

내달 1일부터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조치가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그는 다시 북한에 갈 수 없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함제도 신부 평양교구장서리 고문 임명<YONHAP NO-1345>
천주교 평양교구장서리 고문으로 임명된 가톨릭 선교수도회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인 함제도(제라르드 하몬드·74) 신부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해먼드 신부처럼 국무부의 북한여행 금지조치로 활동 중단을 우려하는 미국인의 목소리를 담았다.해먼드 신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돌아갈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국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지난달 미 국무부는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을 금지하기로 하고, 북한에 체류 중인 미국인은 9월 1일 이전에 북한을 떠나도록 했다. 언론인이나 인도적 목적의 방문, 국익이 관련된 경우에는 특별여권을 통해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절차가 복잡해지므로 실질적으로 북한 입국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국무부 영사국 측은 방북 신청자의 개별 사례에 맞춰 다뤄질 것이며 최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에서 교육, 체육 활동을 벌였던 다른 미국인들도 걱정이 크다.뉴욕에서 25년간 경찰로 근무하다 북한에서 태권도 관련 업무를 했던 조지 비탈리도 북에 체류할 길을 찾아보고 있다.

그는 9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챔피언십에 참가할 예정이다.그는 태권도를 미·중 관계 회복을 끌어낸 ‘핑퐁외교’처럼 남북 화해와 협력에 기여한다고 본다. 지난 6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이뤄진 ITF 북한 시범단의 공연을 도왔다.북한 유일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음 달 4일 개강을 앞둔 평양과기대에선 미국 여권 소지자 10명이 어떻게든 2학기 동안은 머물 방법을 찾아보려 애쓰고 있다.평양과기대 박찬모 명예총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미국 시민권자들이 미 국무부 승인을 받아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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