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세상 속으로] 외로움의 끝자락에서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돌아와 부엌에서부터 불은 죄다켜고 늦잠 자다가 개켜놓지 않은 이부자리, 벗어놓고 급히 나간 허물같은 옷가지랑 며칠째 던져진 신문은 무슨 말과 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밥통에 있는 밥은 말라붙어 있고 냉장고에 미처 넣지 못한 고등어 조림은 허연 곰팡이가 쓸어있다. 샤워를 마치고 TV뉴스를 틀었다. 뉴스는 성주 사드 설치 반대와 북한의 미사일로 시끌벅적하다.

내가 꿈꾸어왔던 모국은 자유와 평화가 꺾이고 갇힐 지경이다. 여교사가 6학년 초등생 성폭력 사건과 여중생 집단 폭력사건으로 사회중심을 잃어 어지럽다. TV를 끄고 실내등을 모두 끄니 거리의 외등빛만 스며들어온다. 몸은 피곤에 절어 천근만근 짓눌려도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벽에 걸린 십자가 고상은 잘 나지 않은 몰골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 단칸방에 유일한 목격자이며 공범자인 너. 나의 밤은 불면인 상태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절름발이 같은 슬픈 내 인생. 어둠은 친근해 너를 통해 나를 보기도 한다. 조건없이 나를 좋아했던 여류 시인이 떠오른다 .

형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렵니다.

현재 잠시 받고 있는 고통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요. 태어남을 감사하고 이웃있음에 감사하고 건강함에 무엇보다 감사하지요. 언제 하나님께서 불러 가신다해도 눈물없이 기쁜 맘으로 떠날 준비도 미리미리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닦아가렵니다. 이제 미워하는 사람도 없고 오직 당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눈에 보일 때나, 보이지 않을 때나 조용히 살렵니다.

일 방해 안되게 자동차만 보고 갑니다. 저 하나라도 당신의 맘 분주히 하지 않기로 작정하니 이전보다 훨신 가벼운 마음으로 간밤을 지냈습니다. 그래도 하루의 음성이 듣고 싶어 다이알을 돌리니 여전히 녹음만…. 지성인들이 써놓은 간단한 글들을 두권 읽으면서 흐트려지려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느 누구도 고통과 번민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실수를 인정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도 넉넉히 돌리고 말에 책임지고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빛바랜 것들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당신의 진실 하나를 사고 싶어요. 행여 그것이 제게 실망을 가져온다 해도 지금은 당신의 마음 거울 닦듯이 간직하고 싶어요.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겠지요. 제게 어떤 어려운 고난이 온다해도 이제는 기꺼이 이것을 감당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사랑을 위해 가슴에 별들을 쌓아가고 싶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 ! 이 세상에 수십억 중 단 한사람과 맘을 열고 있다는 것이 기적입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돌아서는 당신 그림자 속에 저의 눈물이 배어 있지만 당신 숨결 보듬고 살며시 집으로 들어오곤 했습니다. 건강하세요. 오늘은 좋은 날이었고 내일도 또 모레도 영원히 우리들에게 좋은 날만이 계속될 것을 굳게 믿습니다.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면서 주님의 응답을 듣고 있습니다.- 여류시인으로부터

눈뜨고 나면 또 창가엔 밝은 해가 나를 등 떠밀어내겠지. 아무튼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돼 ! 내가 아프면 내 곁에 아무도 없다. 멀리 있는 효자보다 곁에 있는 지팡이가 더 의지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죽어갈 때 누가 곁에 있을까. 홀로 모멸의 언덕을 내 인생 내 등에 짊어지고 오르고 내리는 서러운 생각을 한다. 얼마나 얼마나 더 외로워야 끝이 보일까. 그러나 헛되이 내 고단함을 놓아서는 안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도, 받아줄 이없어도 나는 그대를 향해 꽃을 보낸다. 꽃은 시들어도 그대를 잊은 적은 없다. 능금이 익어가는 이 외로운 날에…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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