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의류업, 9.10사태 3년 잃은것과 얻은 것

자바단속1
지난 2014년 9월 10일 LA다운타운 의류상권에 이뤄진 마약 자금 돈세탁 관련 합동 단속의 모습.
자바단속2

LA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경제계를 형성하고 있는 다운타운 의류도매업계에 있어 9월 10일은 잊고 싶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멕시코 마약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10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력이 투입돼 대대적으로 검은돈의 뿌리를 뽑겠다고 합동 단속에 나선 날이 지난 2014년 9월 10일 이다.

올해로 딱 3년, 1000일이 넘게 지났다. 당일 수사를 받은 70여개 업체 중 10개 가량이 한인 업체였다. 이후 한인 업체에서 대규모의 뭉칫돈이 발견됐다거나 업주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끊이 없이 만들어지고 한동안 확대 재생산되곤 했다. 3년이 지난 2017년 현재 LA한인 의류업계의 모습은 어떨까. 잃은 것도 많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반응이 크다.

▶가장 큰 시장을 잃다

3년전만해도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곳이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에서 LA를 찾는 고객들이었다. 당시 100억 달러로 추산되던 한인 의류 도매업계 매출 중 30% 가량을 이들을 통해 올린다고 추산해 왔다. 하지만 주로 현금으로 제품 가격을 내던 이들 고객들이 2014년 9월 10일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이후 다시 이들 고객들이 LA를 방문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크게 감소했고 이 인원 마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로 현금으로 결제하던 이들 고객들이 사라짐에 따라 LA한인 의류업계 역시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인력 운영이 가장 큰 문제였다. 3년전만해도 적지 않은 인원이 서류미비 상태로 일을 해왔다. 일부 결제를 현금으로 받아와 이들에 대한 인건비 역시 현금으로 지불해 왔지만 3년전부터는 여의치 않게 됐다. 3년전 일을 계기로 상당수 한인 업체들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임금을 체크로 받게 됐고 자연히 업주와 직원 모두 세금 보고를 하게 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력 구조와 관련 세금 규정 준수라는 양성화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원단과 봉제 대금도 과거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일부 할인 받았던 관행도 사라졌다.

업주나 하청업체 또는 직원 모두 세금 보고시 당연히 누락시켰던 현금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30년 가량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해 업계에서는 ‘절세’로 부르던 탈법적은 요소가빠르게 사라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또다른 시련이 오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사라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들을 대체하기 위해 한인 업계가 택한 것은 매장수 100개 내외 규모의 중소 의류 유통상이었다.

당시 단시간에 제품 납품을 위해 업체들이 몰리는 탓에 당연히 가격 경쟁을 치열해졌고 업계 통념 보다 길어지는 결제 주기도 묵인해 주면서 거래처 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30일에서 45이었던 의류 유통 업체의 결제 주기는 최장 6개월 이상까지 늘어졌다. 여기에 팔리지 않은 물건에 대한 과도한 결제 금액 삭감이나 아예 반품 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납품을 해 오던 한인 의류업계에게 2014년 말부터 이들 유통상들은 파산이나 파산보호라는 악재로 답했다. 최근까지 LA한인 의류 업계와 거래하던 중소규모 유통상 30여곳이 사라졌거나 유명 무실한 상태에 놓였다. 이들 업체의 매장수를 더하면 미 전역에 10000여곳이나 된다. “팔 곳이 없다”라는 한인 업주들의 푸념이 최근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한때 2000곳에 달하는 한인 의류업체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00여개로 2년 사이 500개나 사라졌다.

▶위기에 강하다(?)

지난 3년간 한인 의류업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주요 거래처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현금 매출이 사실상 사라진 현실은 보면 이런 시각이 맞다.

하지만 ‘극한의 위기에 빠지면 저력이 발휘된다”는 한국인들의 묘한 심리가 작용한 탓인지 구조 조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각 업체마다 지난 3년간 진행해 왔다. 줄일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과감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은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창고에 새로 투자한 업체도 있고 6만SF가 넘는 초대형 쇼룸에 문을 열어 바이어들에게 보다 다양한 제품을 쾌적한 환경에서 선보이고 있는 업체도 생겼다.

더 큰 수확은 그동안 저렴한 제품 중심의 시장 구도를 한단계 성장 시키기 위해 브랜드화를 꾀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존 도매만 하던 판매 방식을 소매까지 겸하고 있고 유럽과 한국, 중국 등 판매 시장 자체를 전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도 최근 들어 분주하다. 더욱이 업체들의 이런 노력의 토대에는 과거에 없는 합법적인 테두리가 새롭게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샌페드로패션마트 협회 이돈 회장은 “3년전 사태를 계기로 한인 의류업계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악습이 양성화 돼 2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것이 가장 큰수확이다”라며 “여전히 경기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각 업체마다 특성을 살린 구조조정과 디자인 개발을 비롯한 과감한 투자까지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