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40번 버스 아이 유기사건’과 마녀사냥

북핵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꼽자면 바로 ‘서울 240번 버스 아이 유기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한 제보자가 “아이가 하차한 것을 몰랐던 엄마가 정차를 요구했지만 버스 기사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사건 이후 네티즌들은 버스기사의 정차거부를 비난하며 끝없는 비난을 가했고 이어 당시 버스에 동승했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버스기사가 욕설을 했다”, “아이가 4살로 많이 어려보였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 240번 버스 아이 유기사건’의 진실이 CCTV를 통해 공개되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당초 알려진 내용과 달리 아이의 하차 상황이 ‘엄마의 부주의’ 탓이 컸고, 하차 요구를 할 시점에서는 이미 차가 중간선으로 진입해 ‘정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안전을 위해 이전 정거장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엄마를 바로 내려준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욕설을 했다는 주장과 아이의 연령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CCTV 공개 이후 비난의 화살은 버스기사를 떠나 엄마에게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현재 이 여성은 감당할 수 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익명이란 이름에 숨은 가해자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진 단초가 된 SNS 글의 경우, 한 네티즌이 엄마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에서 팩트의 상당부분을 제외한채 편파적으로 작성됐으며 이를 덥석 물은 한 언론사는 버스기사와 엄마라는 두 당사자에게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바로 보도해 사건을 키웠다.

사건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 240번 버스 논란의 아이 엄마는 SNS 혹은 언론을 통해 해당 버스기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사실이 없으며 CCTV 영상 공개도 원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기사역시 아이 엄마를 비난하기 보다는 일부 네티즌과 초도 보도를 한 언론사를 원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은 과거 채선당·된장국물 사건과 영화 ‘속죄(Atonement)’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2년 있엇던 ‘채선당 사건’은 식당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걷어찼다는 거짓 주장이 퍼져 결국 식당이 문을 닫은 사건이다. 된장국물 사건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아이의 잘못으로 된장국을 쏟은 50대 여성을 “아이 얼굴에 화상을 입혔다”고 거짓주장한 해프닝이다. 이 여성 역시 사건 이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음은 물론이다.

‘속죄’는 한 아이가 질투에 눈이 멀어 한 남성을 아는 언니를 ‘강간’한 파렴치한으로 몰아 전쟁터로 보내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피해자였던 두 사람은 맺어지게 되지만 이 또한 소설가로성장한 아이의 상상속 ‘속죄’일 뿐 실제 남성은 전쟁터에서 패혈증으로 여성 역시 폭격 사고로 사망하며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볼만하니 한번 감상하기를 권한다. 연기와 연출, 그리고 촬영 모두 상당히 빼어나다. 특히 시머스 맥가비 촬영감독이 롱테이크 샷으로 재현한 5분 20초에 달하는 덩케르크 씬과 두 피해자가 바닷가에서 즐겁게 재회하는 상상씬은 이 영화의 백미다)

두 사건과 이 영화의 공통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공론화되고 이로 인해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한 피해자가 나왔지만 이것이 원인이 된 네티즌과 언론사는 책임을 면해버렸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항상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좋아하던 나에게 하셨던 말씀이 있다. “크게 다쳐보면 안한다”, 실제 어머니의 말처럼 어느날 ‘수퍼맨 점프’를 감행하다. 땅에 가슴을 부딪혔고 호흡 곤란이 와 정말 죽을 뻔 하게된 이후로는 다시 ‘무모한 점프’ 같은 건 안하게 됐다. 물론 네티즌과 언론사가 마녀사냥으로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는 ‘저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간접 경험은 필요하지 않을까? 믿어도 좋다. 정말 크게 아프면 다시는 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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