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파업, 블랙리스트, 콘텐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와 MBC 두 공영방송 노조가 지난 4일 동시 총파업에 들어가 3주차를 맞고 있다. 파업중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KBS와 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문화인을 배제시키는 ‘문화 연예계 블랙리스트’와 ‘공영방송 장악’ 문건의 존재가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프로그램을 퇴출하는 공작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문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2010년 작성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에는 좌편향 간부는 반드시 퇴출한다는 방침아래 인사를 문제 간부에 초점을 맞춰 추진한다고 돼있다. 


국정원이 배제의 대상으로 분류한 인물은 팀장급, 부장급 기자와 일반 PD들이 대거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중에는 과거 KBS 콘텐츠 역사에 남을만한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PD들도 있다.

자의적인 기준으로 좌편향, 우편향을 가르고 특정인을 방송에서 배제시키는 전략,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권과 체제에 협조하는 연예인은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해 밀어주는 전략은 한마디로 무섭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녹여내 다양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해야할 국가 시스템과 소위 리더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두 공영방송의 파업 이유도 위쪽의 편가르기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운 사장, 이사(장)의 퇴진과 망가진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생각과 관점의 다양성, 제작주체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해야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근육’이 생긴다.

다양한 생각과 관점, 취향을 가진 특정 PD와 출연자를 배제했으니 균형 잡힌 시각을 찾아낼 수 없다. ‘TV 책을 말하다’가 갑자기 폐지되고, 과학PD를 키울 수 있는 ‘장영실쇼’가 없어지면, 그 ‘근육’을 키울 수 없다. “이제 방송에 모실 전문가도 없다”는 한 PD의 말은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음악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감독을 키우지 않고 우리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왜 못만드냐고 말하면 안된다.

콘텐츠는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고 콘텐츠를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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