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형사전문변호사와 긴밀한 초기대응을

 

영화를 보거나 볼링을 치는 등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다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으슥한 밤, 번화가의 풍경을 보면 회식은 곧 술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보인다. 술을 함께 마신다는 것은 마음의 경계를 풀고 한층 더 가까워지는 흥겨운 의식이 될 수 있지만, 상대가 직장 상사인 경우에는 한 마디 말이 조심스러운 업무의 연장이 된다. 따라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어쩐지 불경한 일이 될 것 같아서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술자리가 파하고 나면 한꺼번에 긴장이 무너져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필름이 끊어지기도 한다. 이를 법적인 용어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술에 취한 사람은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고 그만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데 이때 술에 취한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신체접촉을 일어나 성범죄자 혐의를 받기도 한다.

많은 경우, 성범죄 현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술이다. 의식이 온전치 못하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 즉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에 이른 사람을 추행하게 되면 형법 제298조에 준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에 대한 처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의 강제추행 처벌에 준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처벌의 강도가 강제추행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처벌의 수위가 결코 낮지 않은 만큼, 초기대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행위보다 더한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 없이는 급박하게 내몰리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K씨(34세, 남성)는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자신의 무릎에 눕혀 팔을 주물러주다가, 주위 승객들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스스로가 떳떳했던 K씨는 형사전문변호사를 따로 선임하지 않은 채 성욕 충족의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지만, 결국 사건은 재판까지 번져 준강제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음의 조현빈 형사전문변호사는 “준강제추행의 경우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인 만큼,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수 있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데 그 법익이 있다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의자의 의도가 어찌 됐든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여질 만한 행위가 있으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현명한 초기대응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 yj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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