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관계 변화에 비춰본 ‘사드보복’…격차 줄인 중국, 한중 관계 근본변화 ‘스타트’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중 경제관계의 변화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역마찰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거 한국이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후 일본과의 무역적자 축소 및 수입대체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던 한일 경제관계 변화에 비춰보면,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축소한 중국이 새로운 관계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에 의존해 경제개발에 나서면서 대(對)일본 무역적자가 급증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일 무역적자가 5억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1980년엔 29억달러, 1990년엔 60억달러로 늘었고, 2000년엔 113억달러, 2010년엔 361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구조였다.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가 급증하자 1990년대 이후 대일 무역의존도 축소와 만성적 적자구조의 개선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고, 정부도 대일 적자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러한 한일 관계의 변화는 한중 관계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수교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적자를 보였다. 대중 수출보다 수입이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수교 이후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면서 역전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수교 이듬해인 1993년 13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한중 경제관계가 긴밀해지면서 폭증세를 보였다. 대중 무역흑자는 수교 10년 후인 2003년 132억달러로 100억달러를 넘었고, 2004년엔 202억달러로 200억달러를 넘었다. 이어 2009년 325억달러, 2010년 452억달러, 2012년 535억달러로 늘었고, 2013년엔 62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 한일 관계 변화에 비춰보면 중국이 한국과의 경제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2010년대 이후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로 부상하고, 기술력 측면에서도 경쟁국들을 빠르게 따돌리고 있는 것도 이를 재촉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및 기업의 육성에 적극 나서려는 시점에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자 전략적으로 필요한 산업과 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드 보복의 근저엔 한중 경제관계의 근본적 변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보복하더라도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류 등 문화콘텐츠나 유통, 관광, 의류ㆍ화장품 등 소비재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도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반면, 자국 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품 분야 등에 대해선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때문에 최근 중국의 보복이 가해지고 있는 분야의 경우 앞으로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여지는 협소해지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중국의 견제와 자국산업 육성 전략은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으로서도 당장의 사드보복에 대한 대응 뿐만아니라 중장기적 과점에서 한중 경제관계 변화를 감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으면서 터진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