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는 IT 공룡들과 전쟁 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난 4월 말, 중국 광저우에선 17세 소년이 40시간 연속으로 ‘영광의 왕(王者榮耀)’ 게임을 즐기다 뇌경색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 게임의 중독성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앞다퉈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인민일보가 사설에서 ‘영광의 왕’이 “사회에 해로운 독”이라고 비판한 직후 게임 제작사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151억 달러 가량 증발했다. 결국 텐센트 측은 청소년의 이용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12세 미만은 하루 1시간, 12∼18세는 하루 2시간만 게임할 수 있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적 규모의 중국 정보기술 기업들은 이처럼 자기검열을 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관계를 유지해왔다. 정부 규제가 더 심해지는 것을 미리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와중에도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대기업 ‘길들이기’는 더 강화되고 있다.

FT는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이 국영기업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경제에서 중요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IT 대기업의 부상이 기존 국가주도 경제를 소비와 최첨단 기술 지향 경제로 재분배하려는 움직임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 성장세가 더딘 국영기업과 간극이 커지는 것에도 불안감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사이트는 지난 8월 가상사설망(VPN) 관련 툴 판매를 금지당했다. 컨설팅회사 차이나채널의 매튜 브레넌은 “알리바바가 너무 강해졌고 정부가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6월 말까지 3개월 만에 2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며 순이익이 2배 가까이 뛰었다. 텐센트 역시 같은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9% 증가한 약 86억 달러를 기록했다.

텐센트와 바이두, 시나웨이보는 “사회질서에 해를 끼치는” 도구 확산을 허용한 혐의로 지난 8월부터 규제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관리국은 이들이 “폭력적이고 거짓되고 음란하고 외설적인” 게시물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3개 회사 모두 “깊이 사과한다”고 대중 앞에 고개숙여야 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거의 1년 간 협상 끝에 IT 기업들로부터 국영 유선통신 사업자 ‘차이나 유니콤’에 120억 달러 투자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미 민간부문이 장악한 통신 시장에서 시들해진 국영 사업자를 회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 관계자는 투자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인 BDA 차이나의 던컨 클라크 회장은 “정부는 항상 (민간기업 영향력에 대해) 평균 정도를 원한다”며 “그것이 중국의 작동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국내외 자본시장과 여러 기회들에 대한 접근을 허용 또는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계 무대에선 거대 IT 기업들이 ‘중국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ㆍ잭마)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그러면서 미국에 100만 개 일자리와 아프리카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펀드에 1000만달러 현금 지원을 약속했다.

클락 회장은 “시주석 보다는 마윈 회장을 만나는 편이 리스크가 적지 않겠느냐”며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적인 중국 기술 대기업은 중국의 쇼윈도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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