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6년 집권 메르켈의 힘은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이 24일(현지시간) 끝난 총선거에서 다시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4연임에 성공, 앞으로 2021년까지 집권기간을 16년으로 늘리게 됐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할 만하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을 넘어 세계적 지도자로 거듭 나게 된 힘의 원천은 한마디로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독일 국민들에게 메르켈을 엄마라는 의미의 ‘무티’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어머니같은 포용의 리더십이 고른 지지와 장기 집권의 근간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적으로는 통합과 실용을 중시하면서도 원칙에 대해선 철저하게 고수하는 리더십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집권기간 동안 ‘깜짝쑈’와 같은 화려한 이벤트를 벌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트윗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정치도 일절하지 않는다. 공약 또한 그리 대단할 게 없다. 실험실에서 청춘을 보낸 학자 출신답게 결코 서두르지 않고 진득히 결과로 보여주는 정치스타일인 셈이다. 과단성 없고, 때로는 ‘지루한 정치인’이라는 소리도 듣지만 그렇지 않다. 결정적 순간에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게 메르켈의 힘이다.

그는 지난 집권 12년 동안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 진보적 의제에 집중하는가 하면, 친기업 정당과 연정을 하며 보수적 색채를 강화하기도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염두에 둔 진영 논리에 빠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을 오가며 실용과 국익, 그리고 정국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로 일관했다.

독재 아닌 독재의 길에 들어선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협치가 당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그렇다. 협치의 바탕은 포용이다. 필요하면 정치적 경쟁 세력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이를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끌어올리는 게 협치의 기본이고 정치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한데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협치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기 보다는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둘러싼 ‘과거 전쟁’에 목숨을 건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일 연출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통합과 실용의 메르켈 리더십이 던지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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