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나오라’는 노동계, 판 깨자는 소리 아닌가

노동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노사정대화 직접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이 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노총, 민주노총,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노사정위 대표가 참여하는 8자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확대 노사정 회담을 하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 현안과 관련한 사안을 문 대통령과 직접 협의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누가 봐도 노동계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 기업 노조가 단체협상에서 오너 회장 나오라는 것과 다를게 없다.

노사 현안은 공식 채널인 노사정위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노동친화적이라는 문재인 정부도 같은 생각이다. 실제 정부는 노사정위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노총 출신의 문성현 위원장을 파격 발탁한 것도 그 일환이다. 며칠전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양대지침을 폐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간 것은 지난 정부가 양대지침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대통령이 나와야 대화에 응하겠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폭력 시위로 복역중인 한상균 전 위원장의 석방이라는 전혀 결이 다른 요구까지 하고 있다. 판을 깨자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노동계가 진정으로 전체 근로노동자를 생각한다면 노사정위에 복귀부터 하는 게 순서다. 아무리 둘러봐도 노동계가 대화를 뿌리칠만한 이유는 없다. 양대지침이 폐기됐으니 노사정위 탈퇴 명분도 없어졌다. 노사정위라고 하지만 중간자 위치인 정부와 심판격인 위원장 모두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다. 더욱이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 현 정부의 노사관련 정책도 노동계 요구 일변도다. 이렇게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는데도 계속 새로운 요구만 쏟아내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 챙기려는 고질적인 노동계 적폐로 볼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신고액 기준) 규모는 9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이상 줄었다. 북핵 리스크를 이유로 들지만 잇단 반기업적 노동정책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노총과 한국노총을 찾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기업할 수 있는 안정된 노동시장을 만들자”고 말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두 말할 것 없이 노동계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화의 장에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고통분담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 사회 전체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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