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0년이 바꾼 업계 지형

- 토이저러스 9월 파산 신청.. 스마트폰이 주 원인
- 전자수첩-알람-스톱워치-손전등-신문-지도 등 스마트폰이 기능으로 모두 흡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첫 아이폰 출시(2007년) 이후 10년만인 2017년 ‘장난감 천국’ 토이저러스가 몰락했다. 스마트폰이 원인이었다. 아이들은 더이상 완구를 가지고 놀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모든 걸 대체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지난 10년 업군을 달리하며 꾸준히 이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10년사이 5배 넘게 커졌고, 여타 업군은 소멸 수준의 쇄락기를 맞이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완구 특화매장 토이저러스는 개점 10주년을 맞아 최대 50% 할인전을 실시중이다. 대대적인 할인전이 시작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토이저러스는 막대한 부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기 때문이다. 토이저러스는 파산보호를 앞두고 관재인도 선임했다. 

토이저러스 매장 전경

롯데마트 측은 토이저러스와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26년까지 브랜드 라이선스가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파산신청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다는 설명도 보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토이저러스’라는 브랜드만 쓰는 것이다. 토이저러스 본사 파산과 관계없이 매장을 운영할 것이다. 신규 출점도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산업군에 시사하는 바가 여러개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만 판매하는 기업이다. 가구만 판매하는 ‘이케아’와 유통 구조가 유사하다. 업계에선 토이저러스 같은 기업을 ‘카테고리 킬러’라고 부른다. 특정 품목에 대해선 타의 추종조차 불허 한다는 의미다. 그랬던 토이저러스가 파산을 신청했고, 그 첫번째 이유로 스마트폰이 꼽히면서 스마트폰에 밀려 사양산업이 돼버린 여타 업군까지 조명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삼켜버린 업종은 줄잡아 5~6가지나 된다. 게임기, 카메라, PC, 완구는 물론 MP3와 네비게이션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오면서, 사실상 스마트폰에 기능으로 들어간 업종은 대다수 소멸되거나 급격히 위축됐다.

예컨대 지난 2007년 아이들의 최선호 생일선물 1순위는 ‘닌텐도 DS’였다. 아래위 두개의 화면에서 진행되는 게임기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닌텐도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자존심 강한 닌텐도는 급기야 2015년 스마트폰 게임 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소위 ‘콘솔게임’ 업계의 위기는 계속됐다. 소니의 ‘PSP’ 역시 스마트폰에 밀렸다. 올해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에서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게임기 ‘PSP3’가 출시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으나 거짓이었다. 

닌텐도 DS

디지털카메라 시장 역시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2012년 캐논 등 글로벌 7개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9000만대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6423만대로 줄었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더 빠르게 위축됐다. 스마트폰이 원인이었다. 소위 전문가급 카메라로 불리는 DSLR 급 시장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 심도 기능까지 탑재되면서 전문가 영역까지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PC 시장 축소도 스마트폰이 원인이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지난해 2분기 대비 280만대 줄어든 6110만대로 집계됐다. 11분기 연속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12년 한해 전세계 PC 출하량은 3억5600만대였으나 2016년에는 2억7000만대로 줄어들었다. PC 시장 침체는 2007년부터 시작됐는데,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시점이 2007년 6월 29일이다.

MP3 기계역시 스마트폰 폭격의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아이리버다. 1999년 레인콤으로 시작한 아이리버는 설립 4년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70%,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2003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1억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은 MP3 기업 아이리버에 재앙이었다. 지난 2007년 양덕준 창업주는 사모투자회사 보고펀드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줘야만 했다.


스마트폰은 전자수첩 업군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과거 입사 후 첫 기대 선물 가운데 수위를 차지했던 것이 전자수첩이었다. 전자수첩은 일정 메모가 가능하고 간단한 계산기 기능과 연락처 관리를 하는 기기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전자수첩보다 더 나은 기능으로 전자수첩 시장을 몰아냈다.

이외에도 스마트폰은 손전등 기능을 갖춰 어두운 곳을 밝히기도 하고, 알람 시계와 계산기 스톱와치 기능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더이상 삼켜버릴 업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민은 “신문도 안보고 백과사전도 없앴다. 수평계도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다운 받으면 되는 세상”이라며 “지도도 사지 않고 달력도 필요가 없어졌다. 유선전화 역시 집에서 없어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지난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후 10년 간 MP3 플레이어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와 휴대용 내비게이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시장은 536% 성장한 반면, MP3 플레이어 시장은 87% 하락했고 휴대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80%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6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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