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합의] 車ㆍ농업계 ‘초긴장’

- 자동차 업계, 관세 부활시 경쟁력 떨어질 우려

- 美, 자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도 즉시 철폐 요구

- 철강은 이미 무관세지만 반덤핑 부과 가능성 우려

[헤럴드경제] 한국과 미국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국내 산업계와 농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해온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최악의 경우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미국이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농업 분야도 개정 협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車 업계 “관세 부활하면 가격경쟁력 뚝 떨어질 것” = 국내 자동차 업계는 FTA 체결 이전으로의 교역 조건 복원이 가장 피하고 싶은 개정협상 시나리오다.

미국은 한미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이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현재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에 비해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려왔다.

하지만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대미 수출 가격경쟁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수출이 가뜩이나 부진한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 국내 차 산업의 재기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중 절반 가량이 미국 현지 생산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물량인 만큼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ㆍ기아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의 비중은 3분의 1 (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 수준이다.

물론 양국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수출도 불리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직후 절반(4%)으로 낮춘 뒤 2016년 완전히 없앴다.

이같은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협정 발효(2012년)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은 2만8361대에서 6만99대로 4.4배 급증했다. 수입금액도 7억1700만달러에서 4.6배인 17억3900만달러로 치솟았다.

이 기간 미국차 수입 증가율(339.7%)은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에 이를 뿐 아니라, 지난해의 경우 한국 시장에 들어온 수입차가 전년보다 8.3% 줄었음에도 미국 차는 22.4%가 늘어나는 등 한미FTA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다.

▶美 “미국산 농산물 관세 즉시 철폐” 요구…농업계 ‘초긴장’ =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22일 한미FTA 공동위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는 관세에 대해서는 철폐 기간을 5~10년 연장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 체결 당시 578개 품목은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했지만, 나머지 1499개 품목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FTA 발효 5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관세가 남은 농산물은 545개 품목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품목은 쇠고기로 협상 체결 당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쇠고기는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단일 품목으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모는 10억3500만 달러에 이른다.

실제 올 1∼5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48.4%까지 오르며 호주산(42.8%)을 앞질렀다.

치즈와 버터, 설탕, 호두, 닭고기, 사과, 배, 마늘 등도 아직 관세 기간이 남아있다.

반면, 미국은 한미FTA 발효와 동시에 1065개 품목의 관세를 철폐했다.

6년 이상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품목은 337개다. 미국은 이들 품목의 관세 철폐 기간을 5~10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쌀을 포함한 농업 분야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농업 분야는 미국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품목이 많으며 한미FTA를 통해 가장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져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림축산물 분야 대미 수출 규모는 7억16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수입은 68억5200만 달러로, 우리의 무역적자 규모가 61억36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 철강…“개정협정과 직접 연관 없어…반덤핑ㆍ상계관세 가능성은 우려” = 미국 측은 한미FTA의 ‘불공정성’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철강 수출을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철강 수출과 한미FTA는 관련이 없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FTA 개정협상을 계기로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81%가량이 이미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산 철강이 미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3.8%에서 2016년 3.2%로 감소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보류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도 여전히 철강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조사가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있만 한국산 철강 역시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FTA 개정 이후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거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한국산이 포함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한미FTA 개정으로 주춤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는 철강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철강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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