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살여부 보험사가 입증못하면 보험금 줘야”

-추락사 근처 노끈에서 DNA 검출… 보험사 ‘자살’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보험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사는 자살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한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설민수 부장판사)는 사망한 이모 씨의 유족들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메리츠화재는 유족들에게 총 4억4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씨는 2010년 메리츠화재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약관에는 자해나 자살, 자살미수 등은 보상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씨는 2016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비상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숨졌고, 이 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메리츠 화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자살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보험사 측은 이 씨가 사망한 근처 계단에 있던 동그란 모양의 노끈에서 이 씨의 DNA가 검출된 점을 근거로 이 씨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에게 외상이 없었고, 목 부위에서 노끈 섬유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이 씨가 당시 술에 취해 몸의 균형을 잃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살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금청구권자는 사망사고가 추락사, 익사 등 외형적으로 보험자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그 사고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면책사유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사고 전날에 딸과 통화하면서 충남 태안으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말햇는데, 이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판단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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