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이어 세탁기까지…미국발 ‘코리아배싱’ 시작됐다

-NYT “세탁기 무역戰, 국제무역분쟁으로 번질 수도”
-美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韓은 美경제에 큰 위협”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국산업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코리아배싱’(한국 때리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가운데, 미 극우매체들은 한국기업이 미국경제의 ‘적’이자 ‘위협’이라며 대대적인 비난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이 운영하는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족벌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며 미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이날 “두 개의 한국이 있듯, 두 개의 한국발 위협이 존재한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이 그동안 국제규범과 법 준수를 위해 해온 노력들을 고의적으로 회피해온 연쇄 범법기업(serial violators)이다. 김정은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미국기업들이 겪는 외국 적들(adversaries)로부터 불공정 경쟁 사례”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지난 8월 백악관 수석전략가 직에서 경질된 스티븐 배넌이 운영했던 극우매체로, 배넌은 경질과 함께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최고경영자로 복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윙맨’이 되겠다고 밝혔다.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보호무역 기조, 반이민정책,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 폐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매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결집하고 있는 매체다.

한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코리아배싱은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제 2차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협정폐기를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이 이끈 결과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수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C는 지난달 22일에도 한국ㆍ중국ㆍ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제품이 미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판정을 만장일치로 내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통상 세이프가드는 국제무역기구(WTO)의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꺼려해왔던 조치”라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선정책을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을 천명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자국기업 보호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세탁기 전쟁은 강한 무역장벽조치를 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로펌 ‘킹앤스팔딩’의 스테판 오라바 대표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성향이 미국기업들의 세이프가드 요청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산업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미 ITC는 오는 19일 ‘구제조처’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 구제조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 ITC는 오는 1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조처권고안을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에 관련 조처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긴급수입제한 조처로는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인상 △수입수량(쿼터)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한 수입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 등이 있다.

앞서 미국 세탁기업체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미국시장의 정상적인 시장판매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 경우 제재당하는 ‘반덤핑’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월풀이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삼성과 LG전자의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16%와 13%로, 38%를 차지하는 월풀보다 낮은 편이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월풀의 청원 이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를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미 국제무역위의 ‘피해’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엘지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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