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읽어주는기자] 신태용호 10일밤 모로코전…운명의 한 판

-1997년 ‘붉은악마’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경기내용 좋았다”는 감독의 자평, 골 결정력 향상에 도움될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신태용호가 지난 7일 러시아전에서 완패한 뒤 10일 밤 두 번째 친선경기를 갖는다. 국가대표팀 지도부 교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모로코전은 한국팀에게 운명의 한 판이 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10시30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모로코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 체제 이후 3경기가 2무 1패에 그친 한국 대표팀은 이날 모로코를 첫 승 제물로 삼는다. 그러나 모로코는 아프리카 월드컵 예선에서 C조 1위에 오르며 월드컵 본선행이 유력한 강팀이다. 지난 8일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가봉과의 예선 5차전에서는 3대0으로 승리하며 압도적 공격력을 뽐냈다.

지난 7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물을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전 완패 뒤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다”고 자평한 신태용 감독에게 모로코전은 일생 일대의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하면 러시아전 완패로 충격과 실망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여기서마저 져 국민들의 혈압을 올린다면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이 예상된다.

신 감독은 지난 7일 러시아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로코전에 대해 “아직 모로코전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오늘 (러시아와의) 경기를 평가해보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전 완패에 대한 소감으로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그는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다”며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결국 결정력에서 밀렸다. 비록 자책골이 나왔지만, 앞으로 강한 팀이 되려면 골 결정력을 살려야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의 소감 표명에 국민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를 봤다면 누구나 완패를 인정하는 상황에 감독만 다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전에서는 한국이 4골을 허용하며 4대0 대패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특히 전반전 1대0으로 마친 상황에서 후반 3골을 더 실점해 사실상 패배가 명백해진 상황이었다. 분위기의 추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측이 약간의 여유를 부렸고, 그 틈을 타 마지막 5분여를 남기고 2골을 득점한 것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해석하고 있다. 만약 이 경기가 월드컵 본선이었다면 한골 한골이 중요한 만큼 러시아 측이 마지막까지 완벽한 수비 태세를 갖췄을 것이고 1골의 추가 득점도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은 경기 후 오히려 “(우리 팀이)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감독의 이런 평가는 승부의 세계에서 선수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패배해도 감독이 “경기 내용이 좋았으니 괜찮다”고 할 것 같으면 어떤 선수가 경기에 진지하게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축구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는 평가나 표현이 재점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데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비기거나 지면서도 여전히 ‘내용은 괜찮았다’는 자평이 계속되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겠냐는 것이다.

국제 축구계에서 어떤 나라도 경기의 최우선 가치를 ‘경기 내용’에 두지 않고 있다. 또한 모든 선수들은 궁극적으로 골을 넣기 위해 플레이한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골이 아니라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골과는 상관 없는 플레이를 즐겨한다는 걱정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우리 팀의 ‘골 결정력 부족’을 패인으로 꼽기도 했다. 신 감독은 자신의 ‘경기내용 옹호’가 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시점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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