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조선후기 ‘전어 버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설은 이제 다양한 패러디를 낳는다.

“며느리 벌써 돌아왔다우”, “우리 집 며느리 아예 집 나가지도 않았다네” 라는 전어 마케팅 카피도 나왔고, ‘로그아웃된 내 월급도 돌아온다’는 서민의 너스레도 들린다.

전어 패러디는 이미 조선후기에도 있었다.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잠그고 먹는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 말’ 등이다.


활어회로 먹으면 아삭하다 싶을 정도로 씹는 감촉이 좋고 미네랄 듬뿍 품은 육즙이 퍼지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비릿함이 적은, 전어 굽는 냄새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실학자 서유구의 논평 대로, 전어는 가시가 많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씹어 먹기에 좋으며 기름이 많아 맛이 좋다. 사실은 가시가 많아 싫다는 사람도 있다.

비타민, 미네랄, 칼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뼈에 좋고, 혈압상승을 막아주며, 이뇨작용을 도와준다는 전어 효능도 우리가 즐겨찾는 생선과 비슷한 매력이다.

요즘 전어는 1㎏에 횟감용 활어가 2만원쯤 되고, 구이용은 1만~1만5000원 선이지만, 조선 중ㆍ후기엔 ‘참깨 서 말’을 운운할 정도로 비쌌다고 한다.

‘돈 전(錢)’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 중ㆍ후기 문헌에는 ‘전어 큰 것 한 마리에 쌀 석 되 값’이라거나, ‘전어와 옷감 한 필’을 바꿨다는 기록이 나온다.

손바닥 만한 생선이 이렇게 비쌌을 필요가 있을까. 모든 면에서 조기, 갈치, 명태, 임연수어, 고등어 보다 특별히 뛰어나지 않는데, 이들 어류의 몇 배나 비쌌던 것은 아마 근거없이 부풀려진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여 요즘도 비싸게 파는 데가 있다면 전어철에 편승한 부풀리기 상술로 여기면 되겠다.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오게 하겠다”는 얘기가 작년엔 저쪽 정파에서, 올해인 이쪽 정파에서 흘러나온다. 최소한 전어라도 구우면서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함영훈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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